함께 밥을 먹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어요
가족과 외식을 하지 않게 된 지 오래였다. 누군가와 식탁을 함께하는 일이 두려워졌다. 식이장애는 단지 음식을 조절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까지 멀어지게 했다. 식사라는 가장 평범한 일상이 나에게는 시험대가 되었고, 그 안에서 나는 늘 혼자였다.
어느 날, 엄마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랜만에 다 같이 밥 먹으러 가자.” 처음엔 거절했지만, 결국 따라나섰다. 안성에 있는 작은 한식당. 이름은 ‘에덴의 동쪽’. 그날 나는 처음으로, 아주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앉아 밥을 먹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온통 숫자뿐이었다. 메뉴를 펼치는 순간부터 머리가 복잡해졌다. 해물찜의 양념은 설탕이 얼마나 들어갔을까. 들어간 소스는 몇 칼로리일까. 밥의 양은 어느 정도고, 반찬은 몇 개까지 괜찮을까. 나는 젓가락을 드는 것조차 힘겨웠다.
가족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식사를 했다. 나는 그들과 다른 리듬으로, 다른 시간 속에서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엄마는 “괜찮아, 천천히 먹어”라고 말했지만, 그 말조차 부담스러웠다. 어떻게든 몇 입을 넘기긴 했지만,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울렁거렸다.
무언가를 먹은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오랜만에 누군가와 함께 앉아있었다는 감정의 흔들림 때문이었을까. 그날 밤, 나는 조용히 울었다. 너무 복잡한 감정이었다. 사랑받고 싶으면서도 도망치고 싶었다. 내 안에서 자라난 불안과 식이장애는 감정을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날 이후로 다시 혼자 밥을 먹고 있지만, 가끔은 생각한다. 그날의 내가 얼마나 큰 용기를 냈는지를. 작은 외식이었지만, 나에겐 큰 발걸음이었다. 그날의 나는 무너지지 않았고, 조금은 사랑받아도 된다고 느꼈다. 그리고 나는 그 감정을 잊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