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보다 '회복 중'이란 말이 더 나다운 것 같아요
“요즘엔 그런 사람 많잖아.” 식이장애를 처음 고백했을 때 들었던 말이다. 나는 그 말이 너무 아팠다. ‘요즘엔 많다’는 말이 ‘그래서 괜찮다’는 위로로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말은 내 고통을 희석시키는 듯했고, 나는 그날 이후 내 이야기를 꺼내지 않게 되었다.
나는 아직 회복 중이다. 완치라는 말을 쉽게 하지 못하겠다. 왜냐면 나는 지금도 칼로리를 계산하고, 음식을 앞에 두고 30분 넘게 고민하고,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는 자리에선 자연스럽게 수저를 들 수 없기 때문이다.
예전엔 식욕이 아니라 불안을 먹었다. 입에 들어오는 한 입이 살로 변할 것 같은 공포, 그 살이 나를 미워하게 만들 것 같은 압박감. 그래서 나는 계속 굶었고, 그러다 참지 못하고 폭식했고, 그 후에는 자책과 구토로 이어졌다.
가장 힘든 건 ‘이런 나를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혼자 버티는 척을 했다. 밝은 척, 괜찮은 척, 잘 살아가는 척. 하지만 혼자가 되는 밤이면 거울 앞에서 내 몸을 원망하며 울었다.
요즘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정해진 식사 시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 제로콜라에 의존하던 시간을 줄이고, 하루에 딱 20분은 아무 계산 없이 누워있는 연습도 해본다. 그런 날들이 누적되면, 언젠가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거라 믿는다.
나는 아직 회복 중이다. 그 말은 부끄러운 말이 아니다. 회복이라는 건 어느 날 갑자기 ‘정상’이 되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어느 날은 괜찮고, 어느 날은 다시 무너지고, 또 어느 날은 조용히 웃을 수 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는 지금 이 순간, 나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