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편의점 김밥이 편하다

'숫자로 먹는 식사'가 내 일상이에요

by 살쪄도괜찮조

사람들은 말한다. “요즘엔 다이어트도 다양하고, 건강하게 맛있게 먹는 시대야.” 맞는 말이다. SNS에는 샐러드 플레이팅과 고단백 식단이 넘쳐난다. 하지만 내게 ‘식사’란 여전히 위협적이다. 먹는다는 건 ‘체중 증가’로 직결되고, 그건 곧 불안과 공포로 이어진다.

그래서 나는 편의점에 간다. 가장 익숙하고, 가장 나를 통제할 수 있는 공간. 거기엔 내가 먹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한 음식이 있다. 칼로리가 정확히 명시된, 숫자로만 판단 가능한 음식들. 김밥 하나, 닭가슴살 스낵 하나, 제로콜라 한 캔. 그게 나의 점심이다.

나는 편의점 앞에서 서성인다. 그 작은 김밥 하나를 고르기까지 15분이 걸릴 때도 있다. 계산은 쉽지 않다. 어제보다 몇 칼로리 더 많은지, 이걸 먹었을 때 오늘 체중이 어떻게 될지, 그 상상의 시뮬레이션을 마치고서야 난 김밥 하나를 겨우 집는다.

누군가는 말한다. “김밥만 먹고 어떻게 사냐고.” 그 말 앞에서 나는 고개를 숙인다. 그들은 모른다. 내가 '먹는 것'이 아니라 ‘살찔까 봐 두려운 감정’과 싸우고 있다는 걸. 그리고 이 싸움이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라, 몇 년을 걸쳐 반복되어 왔다는 걸.

나는 예전엔 하루에 1200kcal 이상 먹는 게 두려웠다. 그보다 더 먹으면 심장이 벌렁거렸고, 자기 전엔 체중계 위에서 스스로를 검열했다. 그러다 무너지면 폭식이 시작되었고, 다음날은 하루 종일 굶었다. 이 악순환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미워하는 법만 배워왔다.

그래도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김밥 하나를 먹고도 예전만큼 자책하지 않는 날이 생겼다. 닭가슴살을 억지로가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으로 먹는 날도 늘었다. 아주 작지만 분명한 변화. 내 일상은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조금은 덜 아프다.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오늘도 버틸 이유를 갖는다.

나는 여전히 편의점 김밥이 편하다. 그리고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낸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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