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가슴살만 먹던 날들, 그래도 나는 괜찮아지고 있어

먹는 것도, 마음도 천천히 나아지는 중이에요

by 살쪄도괜찮조

한동안 나는
소스 없는 닭가슴살만 먹었어요.
정해진 칼로리, 정해진 모양,
딱 그만큼만 먹어야 안심이 됐어요.
음식은 ‘맛’이 아니라 ‘통제’였고,
배가 불러도 마음은 허전했죠.

배가 고픈 날엔
생야채를 입에 우겨 넣었어요.
당근, 양배추 같은 걸로
허기를 속였어요.
속은 허전한데,
그래도 "이건 살 안 찌니까 괜찮아"
그렇게 스스로를 달랬죠.

하지만 밤이 되면
참았던 감정이랑 배고픔이
한꺼번에 쏟아졌어요.
그때마다 나는
또 실패했다고, 너무 약하다고
혼자서 울었어요.

작은 변화는, 작게 먹은 ‘소스’에서 시작됐어요

닭가슴살이 너무 질릴 무렵
우연히 소스가 살짝 뿌려진 제품을 샀어요.
처음엔 망설였어요.
먹고 나서 후회하면 어떡하지?

그런데…
맛있었어요.
별일 없이 하루가 지나갔어요.
폭식도, 자책도 없었어요.
처음으로 내가 나를 조금 덜 미워했어요.

그날 이후, 알게 됐어요.
문제는 음식이 아니라
그걸 먹는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였다는 걸.

괜찮아지고 있어요, 정말로

요즘은
소스 있는 닭가슴살도 먹어요.
어떤 날은 김밥도 먹고,
편의점에서 작은 간식도 사요.
그럴 때마다
전처럼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올라오지만,
그때마다 이렇게 말해요.

“응, 먹어도 돼.
괜찮아질 거야.”

이젠 생야채로 배를 채우던
그때의 나를 안쓰럽게 떠올려요.
나는 지금, 그때보다 훨씬 더 나를 아끼고 있어요.

천천히, 조심스럽게.
나는 괜찮아지고 있어요.
닭가슴살만 먹던 시절도,
폭식하고 울던 밤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요.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괜찮아지고 있는 중이라는 것만으로도
참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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