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해도 괜찮다는 걸, 이제야 믿고 있어요

조금씩, 나에게 맞는 속도로

by 살쪄도괜찮조

예전에는 일반식이라고 하면 무서웠다.
그냥 반찬 몇 개 꺼낸 것뿐인데도,
멈출 수 없이 계속 먹고
그 후로는 감정도 생각도 무너져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익스트림 헝거’라는 말도,
'영양 결핍'이라는 이유도
그때는 그냥 ‘나는 왜 이럴까’라는 자책으로만 느껴졌다.

그런 내가,
지금은 조금씩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하고,
그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적어보고,
“다음엔 이렇게 해봐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는 것까지도 가능해졌다.

아직은 평일에는 편의점 식사를 주로 하지만,
주말에 가족이랑 일반식을 함께 먹는 날이 생기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내겐 크고 중요한 변화다.

“일반식 시도는 주말만, 안전한 환경에서”
상담 선생님이 이렇게 말해 줬다.
그 말이 내 마음을 조금 편하게 해줬다.

예전처럼 갑자기 모든 걸 바꾸려고 하진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는 걸 믿으려고 한다.

정해진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이 식사는 정말 내가 원한 건지,
그만큼 내 몸이 필요로 했던 건지
하나씩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요즘은 출근길에도 같은 생각을 한다.
무조건 일찍 가야 한다는 압박보다는
“10분 전쯤 도착하면 돼.
조금 느긋하게 걸어도 괜찮아.”
이런 말들을 내 마음에 걸어두고
조금은 편안해진다.

모든 게 갑자기 나아지는 건 아니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내가 있다.

천천히 나아가는 게 때로는 더 단단한 회복이라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자신의 속도를 탓하고 있다면,
괜찮다고,
천천히 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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