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조금 더 나아졌다는 증거

천천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by 살쪄도괜찮조

점심시간, 아빠가 준비한 반찬을 같이 챙겨 먹었다.
먹다 말고 자꾸 손이 가던 반찬 앞에서,
아빠는 조용히 말해주셨다.
"한 입만 더 먹고 이제 그만 먹자."
그 말에 나도 조용히 수저를 내려놓았다.

혼자였다면 그만두기 어려웠을 거다.
하지만 오늘은, 아빠가 옆에 있었다.
그 짧은 한마디가 내 마음을 붙잡아주었다.
그래서 무사히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나름 균형 있게 먹은 한 끼였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공간에서,
그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듣는 순간, 어딘가 뻐근하게 마음이 굳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이런 생각들이 고개를 들었지만
눈물이 날 것 같은 그 찰나에도,
나는 참고 버텼다.
그 자리에 서서 내 감정을 누르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들어냈다.

이게 나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순간을 지나고 나서 알게 됐다.
“이것도 사회생활의 한 장면이구나.”
누군가의 말을 들으며, 그 속에서 나를 지키는 법을 연습하는 것.
실수해도, 마음이 흔들려도
그래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내가
참 기특하고 다행스러웠다.

편의점 음식만 먹다 보면
몸이 만족하지 못할 때가 있다.
채워지지 않은 포만감, 부족한 영양,
그게 쌓여 있다가 일반식을 만나면
더 당기고, 더 흔들리는 날이 온다.

모든 끼니를 일반식으로 바꾸는 건 아직 어렵지만,
주말이나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엔
조금씩 도전해보고 있다.
급하게 바꾸지 않고,
나에게 맞는 속도로
천천히 연습하고 있다.

때로는
입이 심심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허전해서 반찬에 손이 갈 때도 있지만,
이젠 그게 ‘절제력 부족’이 아니라
‘안정이 필요한 신호’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직은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럽지만
지금 이 과정이 회복이라는 걸 느끼고 있다.
먹는 순간을 인식하고,
무엇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관찰하는 지금의 나는
분명히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혹시 오늘,
스스로를 너무 비난하게 되는 순간이 있었다면
잠깐 멈춰서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오늘도 조금 더 나아졌어.”
그리고 “천천히, 지금 잘 가고 있어.”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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