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도 있는 하루였어요

모든 날이 완벽할 수는 없으니까요

by 살쪄도괜찮조

자꾸만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먹고 나서도, 이야기 나눈 후에도 자꾸만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들.
“내가 또 조절 못한 건 아닐까?”
“괜히 말했나?”
“그렇게까지 먹으면 안 됐던 거 아냐?”

근데 곰곰이 돌아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어요.
양으로만 보면 과하지 않았고,
무언가를 막 집어먹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단지 정해진 양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조절을 못한 것처럼 느껴졌을 뿐이더라고요.

누군가는 이렇게 말해줬어요.
“음식을 조절한 게 아니라, 마음이 불안해서 그렇게 느껴진 걸 수도 있어요.”
맞는 말이었어요.
실제로는 잘 먹었고, 중간에 멈추기도 했고,
다음 식사를 어떻게 할지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오늘은
아버지와의 대화 속에서 마음이 조금 아프기도 했어요.
좋은 마음으로 했던 말이 오해로 돌아왔을 때,
스스로를 자꾸 탓하게 되잖아요.
하지만 그 말들 속에는
“너는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자란 사람이야”라는 뜻이 숨어 있었는지도 몰라요.
조금 서툴렀던 표현이 아팠을 뿐,
그 마음 자체는 나를 믿고 있다는 의미였을 거예요.

우리는 자꾸
‘먹은 것’으로 하루를 평가하고
‘한마디 말’에 스스로를 흔들리게 해요.
그런데 어쩌면 오늘은
생각보다 괜찮았던 하루였을지도 몰라요.
‘폭식’도, ‘실수’도 아니었던,
다만 조금 더 섬세하게 나를 알아간 하루.

누군가는 오늘을 ‘잘못한 하루’로 기억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하루 속에서
먹고 나서 멈췄던 순간,
다음 식사를 계획했던 마음,
오해를 풀고 싶은 마음,
그 모든 것이 사실은 ‘잘 해낸 증거’ 일지도 몰라요.

오늘이 폭식이 아니었듯,
우리는 실패한 사람도 아니에요.
마음이 불안할 땐 음식도, 말도 무겁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러니 오늘 하루, 너무 무겁게 담아두지 않아도 돼요.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가볍기를 바라요.
아주 조금만 더, 나를 따뜻하게 바라봐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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