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원했던 걸, 그저 채웠을 뿐이에요
아빠 생일이었다.
고기 무한리필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고,
나는 자연스럽게 따라나섰다.
예전 같았으면
‘메뉴가 부담스럽다’, ‘배가 안 고프다’는 핑계를 대며
조용히 빠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그 자리에 함께하고 싶었다.
조절할 생각은 있었지만,
막상 눈앞에 음식이 놓이자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많이 먹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맛있었다.
다음 날, 상담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말했다.
“그건 ‘폭식’이 아니라, 오히려 영양 보충에 가까워요.”
“해영님은 평소 편의점 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어서
열량은 채워도, 포만감이나 식재료의 다양성은 부족하거든요.
그래서 일반식을 만나면 더 끌리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그날 내가 왜 그렇게 많이 먹었는지 이해가 됐다.
그건 무너진 게 아니라,
내 몸이 필요한 걸 알아차리고
그대로 반응한 거였다.
사실 그날은,
‘칼로리’보다 ‘함께 먹는 시간’이 더 중요했다.
아빠가 옆에서 맛있게 먹고 웃는 모습을 보는데
어떤 계산도, 숫자도 그 순간을 대신할 수 없었다.
“이제 그만 먹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오늘만큼은 괜찮다’는 감각을
내 몸이 먼저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렇게도 말했다.
“지금은 식사를 조절하는 문제가 아니라
불안을 다루는 방식이 더 중요해요.
불안이 식사로 옮겨갔을 뿐,
핵심은 식사 그 자체가 아니거든요.”
그날 이후로 나는,
식사를 실패했다고 느끼기보다
‘필요했던 한 끼’를 먹은 날이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불안은 여전하지만
이제는 그 불안을 다루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
만약 오늘 당신도 계획한 대로 먹지 못했다면,
그건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당신에게 ‘필요한 무언가’가 있었던 걸지도 몰라요.
한 번쯤은 그렇게 믿어줘도 괜찮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