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는 먹어도 괜찮아"라고 처음으로 내게 말한 순간
배가 고팠다.
예전의 나는 배고픔을 느끼면 먼저 생야채를 떠올렸다.
오래 씹지 않아도 되는 당근이나 양배추 같은 채소들을 손에 쥐고,
조용히 배를 채우곤 했다.
속은 허전했지만, 칼로리를 생각하면 그게 최선이라고 믿었다.
무언가 따뜻한 걸 먹고 싶다는 생각조차 죄처럼 느껴졌던 그 시절.
그런 내가,
어느 날엔 컵밥 앞에 멈춰 섰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고, 꼭 먹어야 할 이유도 없었는데
그날만큼은 이상하게 ‘밥’이 먹고 싶었다.
소스가 들어있고, 고기나 채소가 함께 섞인
그 따뜻하고 묵직한 느낌이
그냥 위로처럼 다가왔다.
처음엔 수십 번을 들었다 놨다.
칼로리를 보고, 다시 진열대에 올려두고,
그래도 자꾸만 마음이 향해서
결국 하나를 골랐다.
작은 컵 하나,
뜨거운 물을 붓고 기다리는 몇 분 동안에도
여전히 망설였다.
‘정말 괜찮을까?’
하지만 막상 한 입 먹고 나니
그 따뜻함에 눈물이 날 뻔했다.
속이 채워진다기보다
내가 허락받은 느낌이었다.
"그래, 이제는 이 정도는 먹어도 돼."
그렇게 말해주는 듯한 한 끼였다.
그날 나는 컵밥을 다 먹었다.
남기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그 한 끼로 모든 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나였다.
아직도 먹는 일은 매일 연습 중이지만,
그날처럼 가끔은,
‘괜찮아, 오늘은 이걸로 충분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날이 늘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