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찔까 봐 무서워서 밥을 못 먹을 때

한입이 멈추지 않는 날

by 살쪄도괜찮조

처음엔 딱 정해놓은 가공식품만 먹었다.
칼로리가 적혀 있고,
숫자로 계산할 수 있는 안전한 음식들.

포장지를 뜯을 때마다
‘이건 괜찮아’라는 안도감이 따라왔다.
마치 이 숫자가 나를 지켜줄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했다.
정해놓은 양을 다 먹고 나서도
허기가 가시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냉장고 문을 열었다.
계란말이, 멸치볶음, 김치.
한 입만 먹고 말 거라고 믿었는데,
한입은 두 입이 되고,
두 입은 접시를 비우는 속도가 됐다.

머릿속은 시끄러웠다.
‘이건 몇 칼로리일까.’
‘오늘 너무 많이 먹었나.’
‘내일부터 줄이면 되지.’

하지만 숟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마음속 허기를 음식으로 채우려 했지만,
결국 허기는 더 커졌다.

배는 부른데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이건 단순히 한 끼 식사가 아니라,
나를 지키고 싶으면서도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하루였다.

한 줄 소개문구
배는 찼는데, 마음은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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