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기는 사라져도 마음은 남는다
며칠이 지나면 거울 속 얼굴은 조금씩 원래대로 돌아온다.
부기와 묵직했던 배도 서서히 가라앉는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주변 사람들도 그날 내가 무너졌던 걸 모른다.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평소처럼 일과를 보낸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그날의 장면이 남아 있다.
숟가락을 멈추지 못하던 내 모습,
포장지가 쌓여가던 테이블 위,
그리고 한숨 섞인 나의 숨소리.
시간이 조금 지나면 그 기억은 예전보다 흐릿해진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허기가 아닌 마음의 공허함이 찾아온다.
그때는 내가 스스로 약해진 걸 안다.
그리고 알면서도, 다시 주방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냉장고 불빛이 켜지고,
그 순간, 며칠 전의 ‘그날’이 재생되기 시작한다.
붓기는 사라져도, 마음의 허기는 금방 채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폭식은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여러 번의 파도처럼 찾아온다.
나는 아직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칼로리를 보고 음식을 고르고,
하루치 먹은 양을 머릿속에서 계산한다.
그래도 가끔은 숫자에 덜 매달리는 날이 생긴다.
그런 날이면 나는 나에게 작게나마 칭찬을 해준다.
“오늘은 잘 버텼어.”
아마 나는 평생 이 기억을 완전히 지우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이 나를 지키는 울타리가 될 수도 있다.
다시 무너지더라도, 또다시 일어나서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