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버티고도 무너지는 시간
밤 11시.
휴대폰 시계를 보고 나면, 마음 한쪽이 무너집니다.
“이 시간만 넘기면 괜찮을 텐데…”
그 생각이 들기 무섭게, 나는 이미 발을 주방 쪽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거실 불은 꺼져 있고, 조용합니다.
냉장고 손잡이를 잡는 순간 차가운 금속 감촉이 전해집니다.
문을 열면 하얀 불빛이 번쩍, 그리고 서늘한 바람.
안에는 오늘 편의점에서 사 온 김밥 두 줄이 있습니다.
“한 줄만 먹자.”
포장 비닐을 잡아당기면 ‘찰칵’ 소리와 함께 김의 고소한 냄새가 퍼집니다.
한입에 두 개씩 집어넣다 보니 절반은 금방 사라집니다.
김밥 속 단무지가 아삭하고, 고소한 참기름 맛이 입 안에 번집니다.
김밥을 다 먹고 나서 잠시 멈춥니다.
그런데 눈은 이미 냉동실로 향합니다.
치킨 너겟 봉지를 뜯으면 기름 냄새가 올라옵니다.
종이접시에 6개를 올려 전자레인지에 넣고 1분 30초를 누릅니다.
‘윙—’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김치통을 꺼냅니다.
뚜껑을 열면 시큼한 냄새가 코끝을 찌릅니다.
김치를 그냥 집어먹다가 ‘띵’ 소리에 맞춰 치킨 너겟을 꺼냅니다.
겉은 뜨겁고 안은 부드럽습니다. 케첩을 꺼내 짜고, 한입에 넣습니다.
이쯤 되면 배는 이미 묵직하지만,
머릿속에는 “어차피 오늘은 끝났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 말이 나오면 멈추기가 힘듭니다.
냉동 만두, 라면, 어제 남긴 배달음식까지 꺼내 차례대로 먹습니다.
입안은 이미 짜고, 달고, 기름지고, 뜨겁습니다.
12시가 넘어가면 주방 바닥에는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고,
싱크대 위엔 빈 포장지들이 쌓여 있습니다.
쓰레기봉투를 묶으려다 말고 그냥 의자에 주저앉습니다.
배는 터질 것 같고, 숨이 차고, 속이 더부룩합니다.
“내일은 꼭 안 먹어야지.”
그 다짐이 몇 번째인지, 나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