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속으로 버티는 방법
어젯밤 또 폭식을 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배가 무겁고 속이 더부룩했다.
“오늘은 절대 먹지 말아야지.”
폭식 다음 날은 늘 스스로를 벌주는 하루가 된다.
아침, 집에서 가족들이 밥 먹는 소리가 들린다.
숟가락이 부딪히는 소리, 국 끓는 냄새.
나는 방문을 닫고 이불속에 누워 물만 조금 마신다.
“나 배 안 고파”라는 말은 이제 습관처럼 입에 붙었다.
점심이 가까워지면 배 속이 텅 빈 것 같아 꼬르륵거린다.
그럴 때마다 물병을 꺼내 한 번에 벌컥벌컥 마신다.
속이 불편하고 손끝이 차가워져도
“어제 그렇게 먹었는데 이 정도는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달랜다.
오후에는 몸이 점점 무거워지고 집중이 안 된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힘이 빠져서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거나 침대에 눕게 된다.
그래도 ‘오늘은 안 먹었다’는 생각이 버티는 이유가 된다.
저녁, 가족들이 다시 모여 밥 먹는 시간.
나는 일부러 방에서 안 나간다.
문틈 사이로 음식 냄새가 들어올 때면
배는 비어 있는데도 이상하게 입맛이 뚝 떨어진다.
그렇게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틴 밤.
속은 비었는데 마음은 이상하게 가벼워진다.
“어제 먹은 건 이제 사라진 거야.”
그렇게 스스로를 속이며 눈을 감지만,
사실 나는 안다.
이 빈속이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