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결국, 사람에게서 다시 봄을 배운다

새해, 100일은 크게 웃으세요

by 정상환

요즘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사람 생각이 난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체온이 더 그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설날은 늘 새로운 시작이 된다.


봄이 계절의 시작이라 말하지만,

어쩌면 시작은 겨울일지도 모른다.

한때 지구는 얼음으로 덮여 있었다고 하지 않는가.

얼어붙은 땅속에서도

작은 생명은 오랜 시간을 견디며 숨을 쉰다.

그렇게 겨울을 통과한 것들이 봄에 움트고,

여름에 꽃을 피우고, 가을에 결실을 맺는다.


그래서 겨울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설날을 앞둔 요즘,

추울수록 사람의 체온이 그리워진다.

바쁜 일상이지만,

문득 오래된 친구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이유도

아마 비슷할 것이다.

한 해를 보내고 새날을 맞는다는 것은,

흩어졌던 마음들을 다시 모아

서로의 곁으로 돌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어쩌면 겹겹이 쌓인 오해를 조금씩 풀어내는 일일지 모른다.

오해는 생각보다 오래 마음을 얼게 만든다.

작은 말 한마디가 마음속에서 커지고, 어느새 거리를 만든다.


이번 설에는 너그러운 핑계 하나쯤 가져보면 어떨까.

하루 24시간 중 아주 잠깐의 틈을 내어,

나와 가까웠지만 지금은 조금 멀어진 사람에게 마음을 건네보면 어떨까?


연락처를 한참 바라보다가 결국 전화를 걸지 못했던 밤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조금 용기를 내보는 것도 괜찮겠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지?”


생각보다 더 반가운 목소리가 돌아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역시 당신처럼 이 겨울밤,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있었을 테니까.


요즘 부쩍 “살기 팍팍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럴수록 잠시 고단한 날갯짓을 접고

36.5도의 체온에 기대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어깨를 내어 준 그 친구도 사실은 피곤한 하루를 버텼겠지만,

진정 어린 다독거림이 따듯할 것이다.


“넌 할 수 있어.”
“넌 잘 될 거야.”


그 짧은 말이 다시 걸어갈 힘이 되곤 한다.


그래서 겨울은 오히려 끌어안기 좋은 계절인지도 모르겠다.

얼음 속에서 움트는 작은 생명처럼,

작지만 결코 낮지 않은 체온이 전해지는 시간이기 때문에.


묵은 마음의 짐은 이제 조금 내려놓으시길.

따뜻한 체온의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첫 페이지를 넘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올겨울, 먼저 건넨 안부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봄의 시작이 될지도 모른다.


사람은 결국, 사람에게서 다시 봄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