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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담기 씨소 May 14. 2024

마주하는 길

나의 행복곳간. 씨소 아크릴화

 꿈의 도서관     

                                         씨소


 아이와의 대화 내용이 바뀌었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면서 아이는 자연스레 유튜브와 게임세상을 알게 되었다.

 영상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아이들 사이에 게임을 모르면 친구도 사귈 수 없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아이도 입만 열면 게임이다.

 토요일 저녁, 내 상태도 심각하지만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게임 말고 하고 싶은 다른 활동이 있냐고 물었고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예전에 엄마랑 책 보러 가면 좋았는데. 자전거 타고 가면 더 좋았어.”

 가슴이 울컥했다. 나는 아이를 안고 등을 토닥였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책을 많이 읽어야 문해력이 향상된다’는 문구가 마치 삶의 지침서라도 되듯

 도서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솔직히 고백하면 첫아이 때 함께 못한 시간이 아쉽고, 모든 것이 서툰 엄마였기에 둘째를 키우면서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놀이공원을 가는 것도 즐겁고 장난감을 사주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되겠지만, 당시 내 선택은 ‘책 읽어 주는 엄마’였다. 책 속에서 넓은 세상을 보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바랐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접어들면서 ‘좋은 엄마’는 사라졌다. 심하게 감염된 나쁜 엄마만 남았다. 아이는 게임만 하고, 나는 온종일 무기력한 상태였다. 아이들에게 매일 따뜻한 밥을 챙겨주고 비 오는 하굣길에 우산 들고 기다려주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손잡고 도서관 나들이를 하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밤새 한숨도 못 잤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결혼 후 모든 상황이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지칠 때도 많았다. 잠든 아이를 보며 ‘좋은 엄마’,‘진정한 나’를 찾고 싶다는 간절함을 느꼈다.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며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나에겐 긴 긴 밤이었다. 생각은 수천 가지로 뻗어있지만, 근본 뿌리는 하나였다.

 ‘순리대로 살아가야지.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좋은 엄마로 살아야지.’     


 뒤척거리며 맞은 아침은 몽롱했다.

 어제만 해도 남편이 출근하면 다시 이불속으로 기어들어 갔다. 아이들 소리에 간신히 눈을 뜨고 축 늘어진 상태에서 밥상을 차렸다.

 어제는 절인 배추처럼 숨 죽은 나였다면 오늘은 또 다른 내가 되고 싶었다. 아침을 먹고 아이들 가방에 물병을 하나씩 챙겨 집을 나섰다. 아이들과 도착한 곳은 도서관이었다.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즐거워하고, 쉼을 얻는 나의 행복곳간.

 코로나와 함께 내 앞에 닥친 일들이 버거워, 이 순간 나와 우리 아이들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일을 놓치고 살았다.     

* 씨소 아크릴화- 우리가족의 봄날


 그날 이후, 우리 가족에게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일주일에 두 번. 우리는 시원한 음료를 손에 들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도서관 가는 길에 하늘이 예쁘면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이름 모를 풀꽃을 만나면 사진을 찍어서 이름을 검색해 보기도 한다. 비가 오는 날이면 큰 우산을 함께 쓰고 도서관 주변을 걷기도 한다.

 주말이 되면 도서관은 우리 가족에게 또 다른 쉼터가 된다. 일주일 동안 직장에서 스트레스받은 남편, 운동을 싫어하는 딸아이,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 그리고 나. 우리는 도서관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크게 두 바퀴 돌고 도서관 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학교에 들른다. 주민을 위해 개방된 학교 운동장에서 배드민턴도 치고, 주인 없이 굴러다니는 공으로 축구도 한다. 땀을 흠뻑 흘리고 도착한 도서관. 시원한 물을 벌컥 들이마시고 각자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골라 읽는다.      


 이제야 깨닫는다. 과거의 거창하고 찬란함이 아닌 오늘의 소소함 속에서 소중한 사람과 함께 누리고 즐길 수 있어야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을.

 내 삶에 스며있는 행복을 찾아서 나는 오늘도 우리 동네도서관에 간다.     


^^우리가족의 봄날



#꿈 #행복곳간 삶의한자락을놓친당신에게 #가장소중한것 #가족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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