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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부화, 나는 아기새

브런치 스토리를 통해 이룬 꿈

by 숨고

브런치 스토리를 통해 이룬 꿈

서른다섯. 30대 중반의 나이, 어쩌면 가장 불안한 나이. 많은 것을 이 나이 때면 이뤄야만 했다. 하나 그러지 못한 나였다. 아직 어렵고 불안정하다고 하기에는 그저 어리광 같은 나이. 그 나이에 사랑하는 사람과 생애 가장 큰 이별을 했다. 애도기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우연히 들어가게 된 브런치스토리라는 공간에 애도하는 마음을 담은 글을 써 작가신청을 했고. 뜻밖의 큰 불행에 대한 하늘의 위로를 받았다. 그 위로는 브런치 스토리의 작가가 되는 선물이었다.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마음속 울분과 신념, 생각 그저 푸념 같은 글을 이 공간에 늘어놨다. 그러했고 또 그래야만 살 것 같은 하루하루였다. 그렇게 세상밖에 나온 나의 작은 시 두세 편이 우연히 공모한 공모전에서 당선되어 ‘시인‘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줬다. 우연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 스토리와 함께 작가가 되어 있었다. 마치 작은 알에서 나온 아기새 같은 모습의 지금의 '나'이다. 새장에 갇혔던 새가 훨훨 날아가서 자유롭게 하늘을, 넓은 세상을 누비며 살아가는 삶은 어떤 삶일까. 그런 의미를 되새기다가 검색창에 '자유로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를 검색해 보았다. '구속이나 속박 따위가 없이 제 마음대로'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그와의 이별로부터 가볍게 날 수 있어졌고, 가벼울수록 멀리 날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은 더 나라는 존재를 더 가볍게 만들기 위해 나를 짓누르는 무언가 들로부터 묵묵히 벗어나 삶을 여행 중이다.


인생에서 아무 직업도, 명예도, 삶의 목적도, 아무런 방향감각도 없이 떠돌던 마음과 지친 몸을 쉬게 해 주고 살아나게 도와준 브런치라는 공간에서 작가라는 꿈을 이뤘다. 이렇게 삶을 향유하고 추억하며 글을 써 내려간다. 그런 작가활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지 알게 해 준 시간들에 감사하다. 아기새는 아직도 애도 중이고, 아직도 작은 날개를 펼쳐 날갯짓 중이다. 지나가는 차에 치이지 않게 도와줄 사람도 많이 만났고, 둥지를 찾아 나서는 법도 배웠다. 그래서 더 자유로이 날 듯 글을 써내려 간다. 이 공간에서 말이다.


이제 작가의 꿈을 이룬 나는 내가 만들고 만족하는 나만의 인생 속에서 행복해가고 있다. 오늘을 살아간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라는 공간이 준 선물들로 알에서 부화했고. 작은 아기새인 나는 오늘도 브런치라는 둥지에서 날갯짓을 연습한다. 언젠가 더 멀리, 더 자유롭게 날아오르기 위해 그렇게 멀리 날아오를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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