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세 생일

딸이 나에게 장래희망이 뭐냐 물었다

47세 생일을 맞았다. 남편과 딸이 근사한 식당을 예약해 축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평소 같았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텐데, 남편이 특별한 날을 기억하고 직접 예약까지 했다는 사실이 고맙고 기특했다. 감사한 마음으로 비싼 음식을 마음껏 즐겼고, 축하와 분위기 모두가 벅찼다.

그러던 중 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엄마 장래희망은 뭐야?”

순간 흠칫 놀랐다. 장래희망이라니... 낯선 단어였다. 늘 딸에게 “네가 하고 싶은 거라면 마음껏 해보라”라고 격려해 왔지만, 막상 나 자신에게 같은 질문을 받자 낯설고 막막했다.

딸은 지금 UI&UX 분야로 자신의 길을 준비하고 있다. 진로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다 보니, 나에게 그런 질문을 던진 것일 테다.

그 질문을 받고 나니, 며칠 전 27년 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들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나는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라고 말하며 초라한 기분을 숨기지 못했다.
교수, 수능 출제위원, 은행 부지점장...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친구들 틈에서 나는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한 친구가 "왜 아무것도 안된 거냐"라고 말했다. "성인이 된 자녀를 잘 키워냈지 않냐"라고, "그 자체로 부러운 일"이라고 했지만... 그 말은 그저 위로처럼만 들렸다. 내 마음엔 전혀 와닿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 한동안 생각했다.
나는 지금, 무엇이 되고 싶은 사람인가?
남편은 말한다.
“당신은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야. 평생 자신을 의심해 왔을 뿐.”

올해는 그 의심을 내려놓고, 내 장래희망을 찾아보고 싶다.
딸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진심을 담아 답할 수 있는 꿈을 하나 꼭 찾고 싶다.
반드시. 꼭.

작가의 이전글관계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