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사옥 공간기록, 서울
우리나라 최고의 건축은 어디일까요?
한국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들에게 최고의 건축물을 꼽으라면 아마 상당수가 김수근 선생님의 공간사옥을 꼽을 것입니다. 이곳을 설계한 김수근 선생님은 그 누구보다도 한국 건축의 전통성을 확립하려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 노력에 대한 대답으로 그는 이곳에서 공간 그 자체로 확립하려 했죠. 대청 앞에 놓인 큰 마당, 부엌으로 통하는 길, 그 옆에 작게 앉을 수 있는 툇마루 등 전통 한옥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의 경험과 장면들을 그대로 함축한 것이 공간사옥의 구성이라 이해하면 좋을 듯싶어요. 그 지역을 넘어 한 나라의 대표적인 공간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분명 과거에서부터 이어여온 민족은 시민의식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구축된 건축이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로 부터 얼마나 많은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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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옥에서 살아본 적 없는 MZ 세대들에게 이곳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이유 모를 천장 높이며, 나선형 계단이며, 몸을 비틀어 들어가야 하는 화장실이며,,, 도저히 이곳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게 믿기 힘들 정도로 너무 낯선 요소들이 많습니다.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한 뒤 전시된 미술품들 또한 대중을 위한 친절한 설명보다는 한 개인의 미술 창고를 구경하는 듯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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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세포가 퇴화, 발생을 반복하며 신체의 성장을 이뤄내듯 도시 구성조직 또한 부서지고 지어지면서 그 자체의 성장을 이뤄나갑니다. 이러한 자연적 순리에 공간사옥 역시 피해 할 수 없는 풍파가 있었지만, 다행히 2014년에 문화재로 인정되고 우리에 곁에 머무를 기회를 얻게 되었어요. 하지만 결국 사람이 찾지 않는 공간은 수액을 맞으며 버티는 임종 직전의 인간과 다를 바 없죠. 다양한 활동과 변화된 모습으로 많은 사람과 함께 어우러질 수 명소가 되길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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