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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태권 Feb 15. 2021

#4 부당함에 맞설 용기

2018년 교회 프로젝트 뒷담

작년 6월 경쟁사들 사이에서 프로젝트를 당선시키고 정확히 1년이 지난 지난주 최종납품을 마지막으로 프로젝트를 매듭지었습니다. 작업을 진행해 오면서 많은 경험을 얻었지만 사실 원통함이 더 남게된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1년의 작업기간 중 약 여섯 달은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돌아와 마무리 작업만 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내가 했다'고 누군가에게 떳떳이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불편함을 겪을 때마다 되돌아오는 이야기들은 '남들도 똑같다', '회사는 일하는 곳이지 너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곳이 아니다' '그럼 네가 회사를 차려라‘ 등 모두 어쩔 수 없는 현실과 타협하길 권유바라는 충고의 말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얼마나 이상한 짓을 해왔는지 금방 알 수 있어요. 어떤 화가가 인물화를 그리는데 A라는 작품에서는 팔을 그리고 B에서는 머리와 몸통, C에서는 발가락과 머리카락을 그리고 있는 어처구리 없는 짓을 계속 해온 것이죠. 작은 그림이든 큰 그림이든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그려보는 경험이 화가에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다음 기회에 머리 크기는 얼마나 잡고 갈 것인지, 몸과 다리의 비율은 어떻게 잡고 갈 것인지,, 밑그림을 그리면서 작품을 그려낼 수 있는 능력이 쌓여가는 것이죠.


상사들은 이야기했어요. 처음에는 몇 년간 여기서 굴러보고 저기에서도 굴러보면서 배우는 거라고. 나는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굴러도 제대로 된 곳에서 굴러봐야 불구가 안된다고. 감히 말하건데, 저는 앞으로 '내가 너 연차일 때‘라는 말을 서두로 시작하는 상사들의 말은 모두 걸러 들으려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본인 직업에 존중할 줄 알아야 하고 부당한 건 분명히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현혹시키는 말들로부터 본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들을 지켜낼 줄 알아야합니다. 우리부터 이런 생각들을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에서 건축가는 앞으로도 대접받지 못할 것입니다.


Jun. 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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