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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Mar 11. 2024

당연하지!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208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이백 팔 번째



SBS X맨 일요일이 좋다 94회 방송분 2006.01.15

과거 예능프로그램 X맨에서 당연하지란 코너가 있었다. 상대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그것을 감내하고 "당연하지"라 외치며 받아넘겨야 했던 코너 였는데 진담반 농담반인 듯 지상파가 허용하는 비난까지 할 수 있어 나름대로 인기 있었다. 항상 재밌을 순 없기에 억지로 하는 경우도 많았다. 쓸데없는 말장난으로 시간 끄는 경우도 있고, 억지 로맨스 조성 등등도 있었지만 "당연하지"라고 하며 받아넘기는 자세에 대한 생각은 한번 해봄직 해 보였다. 




일상에서 동요나 불편 한발 더 나아가 고통까지 감내하는 능력을 인내라고 하지만 인정한다는 의미 곧 수용이란 의미로 표현할 수도 있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에 대해 쉽게 넘기거나 혹은 그것조차 짜증을 부리는 경우가 많다. 출퇴근길에 만주벌판에 한 줄로 늘어져 있는 차들을 보며 답답해한다던지 애먼 조수석이나 핸들을 때린다던지 표출하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 초등학생시절 예방접종을 하던 때에 점점 내 차례가 다가오며 나는 주변 친구에게 "나 아픈 거 싫어하는데"라고 말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러더니 걔가 "야 아픈 거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어?"라는 돌직구를 받았던 적이 기억난다. 모든 사람이 쾌를 원하고 통을 피하고자 한다. 신체가 불편하든 마음이 불편하든 자기에게 닥친 불편함을 부정한다. 보통 일상에서 닥쳐오는 불편함은 심리적인 부분이 큰 경우가 많다.


작심삼일도 일상의 편안함을 즐기던 와중에 자는 도중에 누가 찬물을 끼얹듯이 의식체계를 일깨워 "어라 얘가 안 하던 짓을 하네? 왜 이래!" 하는 경우가 생기며 갑자기 결심하며 무언가를 실천하려는 사람에게 간극에 따른 불편함을 선사한다. "아 오늘은 귀찮으니까.. 비도 오는데 굳이?"라고 마음속에서는 기존의 의식이 다시 돌아오라고 설득한다. 끊임없는 기존 자아의 설득은 작심삼일의 통제권을 잃는 중요한 순간이다.




그런데 모두가 안다. 결국 다시 돌아가면 이 끊임없는 좌절과 다른 고통을 맛보아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놓게 된다. 그래서 성장하는 사람에게는 영역을 넘어선 도전을 하는 도중에 찾아오는 끊임없는 사이렌 같은 유혹과 설득을 견뎌내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 이야기가 타당해 보인다. 그리고 합리적이다. 설령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안 하고 있는 것이 편하다는 기본 전제와 숨겨져 있는 이득들이 찰나의 순간에 나를 굴복시킨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나, 화장실 대소변이 급하면 귀찮더라도 침대에서 일어나 가게 되는 것처럼 필요성이나 긴급함이 그 모든 유혹과 타당한 설득을 이겨낸다면 극복하거나 새로운 영역에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화장실 들어갈 때 나갈 때 다르다는 말처럼 한번 하고는 어느새 다시 마음속 침대로 돌아간다. 결국 그 시간을 유지하기에는 순간의 결심으로 모든 시간의 설득과 유혹을 이겨내는 게 과연 가능할까라고 한다면 틀림없이 실패할 것이다.


결국 극복하고 성장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현재의 불편함을 감내하는 인내도 필요하다. 병을 낫는 과정도 시간이 필요하며 상처가 서서히 아물듯 회복의 과정처럼 성장의 과정도 동일해 보인다. 그냥 아프거나 불편한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너는 할 대로 해라 나는 내 갈길 가련다라는 생각이 인내라고 생각한다. 아픔이 사라지기까지 단순히 버텨내거나 갑자기 짜란! 하고 쾌의 순간이 찾아오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인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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