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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Jun 14. 2024

불안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03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삼 번째



이 세상에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만약 본인이 불안하지 않다고 자신하는 사람은 불안하기 때문에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불안장애를 겪어보면서 느끼는 바로는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마음이 편안하면 뭐든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으나 모든 것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상처를 받으면 적극적으로 행동하기가 어려워진다. 성격특성에 기인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일상에 불편감을 줄정도로 심각하다면 그것은 성격이 아닌 질환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정확히 이야기하면 사회불안장애였다. 남들의 시선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인간의 소통이 어렵고 수치심을 과도하게 느끼는 것과 자기주장을 하기 어려워하는 점이 있었다. 공통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넘어 자신을 나쁘게 평가하고 있지 않나라는 과도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모두가 그렇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사회불안은 그 정도가 심하다.


식은땀을 흘리기도 하고 모든 것이 실수로 비추어지고 그것에 대해 과도하게 하루종일 신경 써서 에너지를 빼앗기는 등 어려움이 많다. 패닉이라고 부를 수준 정도의 느낌으로 그것을 가벼이 넘기기는 당연하지만 쉽지가 않다. 아무튼 이런 장애에 대해 몇 년간 고생하던 나는 20대 초반 대학생활을 그리 기분 좋게 지냈던 기억이 많지 않다. 막 숨어 지낸다던지 사람이 없는 곳으로만 다닌다거나 그 정도는 아니였지만 일반적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일반인들과 같은 모습을 보였지만 에너지가 탈진이 되어버렸다.


남들이 별거 아닌 것으로 생각할 농담에 대해서도 수치심을 느끼고 상대방에 대해 편견을 갖는 등 이는 수동적으로 모든 상황에 대처해야만 했다. 버스정류장에서도 의식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심적인 부담감이 크다. 이런 부분들이 이해가 가지 않겠으나 불안장애를 겪은 사람들을 공감하고자 한다면 일련의 증상들이 본인에게 찾아왔다면 한번 생각해 보자. 단순히 긴장을 한다거나 시선의식 수준이 아니다. 


비유를 해보자면 사람들이 모인 곳에 나만 바라보는듯한 느낌이고 그 시선이 우호롭지 않다는 것이다. 죄인을 추궁하는 스포트라이트 받는 느낌이랄까? 만약 내 옷매무새가 엉성하거나 그런다면 그 위협감은 현실이 된 채 수치심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무튼 이런 불안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심리치료 현장에선 노출(Exposure)이란 방법으로 가장 두려워하는 장면들에 대면하는 것이다.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거미를 무서워하는 사람에게 거미를 보여준다던지 만져보게 한다던지 하는 경우를 떠올릴 수가 있는데 이 방법은 전후 맥락을 자르고 노출 그 자체에 대해서만 설명하는 장면이다. 노출하기 위해서는 대단히 섬세하게 계획하고 작업해야 한다. 애초에 불안 위계라는 것이 있고 내담자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노출을 해야 하는지 설정하고 그것에 맞게 하나하나 직면하게 한다.


예를 들어 거미가 무서워서 힘들어하는 내담자를 거미라는 단어만을 보여준다거나 다음 회기에는 그림을 보여주고 그다음 회기에는 실제 사진을 보여주는 식으로 하며 진행해 나간다. 이 방법은 대단히 효과적이고 보편화된 방법인데 다만 무조건 구조화된 심리치료를 받아야만 이루지는 것은 아니다. 심리치료는 상담현장 밖에서 이루어지고 완성하는 것이며 내담자가 스스로 이루어내는 작업이다.


본인의 일상에서 두려움에 대해 직면을 반복적으로 주기적으로 해낼 때만 그것을 비로소 극복할 수 있다. 불안과 공포는 대게 회피행동으로 더더욱 증폭이 되는데 이는 실체를 확인한다거나 받아들이려 하지 않은 채 계속 피하게 되면 현실보다 더 커다란 공포의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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