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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조 Jun 21. 2024

변곡점 : 냉전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310

성장일기 벽돌시리즈 삼백 십번째



45년 소련이 베를린을 초토화시키며 밀어붙인 끝에 천년제국을 표방하던 나치는 패망하게 된다. 이에 2차대전의 막은 내려갔지만 새로운 막이 다시 올라왔다. 동쪽에선 일본의 항복선언, 서쪽에서는 나치의 항복선언과 함께 연합군들이 전리품을 어떻게 나누느냐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한다. 거침없던 소련이 베를린의 동쪽을 장악하게 되고 유럽과 미국은 베를린 서쪽을 장악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냉전의 시대가 가시화 되었다.



냉전이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이 있는가? 과학 발전? 최첨단 무기와 군비경쟁, 철조망과 벽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 개인적으로 정의해본 결과, 냉전은 신의 부재가 마침내 구체화된 시기가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이데올로기에 관심이 많은 나는 가장 이념대립이 심화되었던 냉전시대가 신의 빈 자리를 새로운 사상들로 매꾸기위한 노력의 일환이자 새로운 신을 모시기 위한 패권경쟁으로도 생각해볼수 있다 느꼈다.


산업혁명과 제국주의시대는 그럼 신이 없었냐?라는 의문에는 설명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애매모호한 신의 존재가 그래도 여전히 자리잡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숲으로 들어가면 안개가 자욱하듯 산업혁명 격동기로 들어가면 공장의 안개 뿐만 아니라 신의 존재라는 안개도 기저에 흐르고 있었으나 점차 시간이 갈수록 옅어져 가고 있다 해야하나? 그런 상상이 들었다. 냉전을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대립으로 흔히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확히는 공산주의 진영과 자본주의 진영의 대립이라 할수 있겠다. 어쩌면 이는 물질을 의식화한 전쟁이며 사회구조적인 변화를 규정하는 작업으로, 나아갈 현대사회의 산통이라 할수도 있겠다. 자본주의를 정의하기란 대단히 난감하다. 학자들마다 정의하는 바가 무척 다르지만 사유재산을 인정한다던지 미시적으로 공통분모를 이끌만한 요소는 있긴 하다.



사실 이긴자가 역사를 쓴다고 하듯이 온전한 자본주의 진영이라고 하기에도 뭐하다. 그리고 서로간의 악마화 작업을 한 끝에 어찌되었든 자본주의 체제가 승리했으므로 공산주의는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혼합경제체제를 띄고 있는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바웬사가 자유폴란드를 외치며 투쟁했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순수 자본주의, 순수 공산주의라고 규정짓는 것이 대단히 어리석은 행동일지도 모른다.


공산주의도 공산주의만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점은 이데올로기 관점에서는 사상의 경직화가 다분했다는 것이다. 돈이면 뭐든 못하리라는 어쩌면 코에걸면 코걸이 귀에걸면 귀걸이식의 자본주의적 사고관이 탄력적인 사고관을 가지게 했다는 점은 부정할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깟 공산사회 건설을 마르고 닳도록 외치면 뭐하나 뭐만 틀어지면 반동이라 규정짓는데.


자본주의가 마치 최고이며 미국짱짱이라고 외칠수 없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진영이 민주주의 세력 혹은 선의 세력이라 결코 볼수 없었던 점도 냉전기간동안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고 독재국가를 빵빵하게 밀어주며 제3세계의 여러나라들, 지옥문을 활짝 열었던 칠레의 피노체트 정권을 탄생시킨 것도 결국 미국이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매카시가 외치던 "나빼고 다 빨갱이"는 어쩌면 내가 빨갱이이기 때문에 빨갱이라 외치는 내로남불 수준의 악의 규정은 냉전의 암울한 면을 보여주는 모습인 것 같다.


생각해보니 신의 빈자리가 크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상의 공백은 많은 이들을 혼란케 했고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해 사회와 세상을 확실히 규정짓고 정의해주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에 다들 매료가 되었다. 더 나아가 서로를 악마화하는 작업은 그런 불안감에 확실한 못으로 박아 많은 이들이 믿고 있는 사상에 대해 맞다는 느낌을 들게 했고 이는 여전히 새로운 신을 찾아다니는 현대인들에게서도 볼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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