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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마지막으로 하루 10시간 몰입한 적은?

by 다인


나의 몰입력을 발견하다 : 글쓰기




하루 10시간이라... 최근에는 내가 몰입이라고 생각했던,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몰입은 ‘원고 쓰기’였다. 올해 3월, <내 남자 찾는 36가지 기술>이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이것이 나의 몰입의 결과였다. 처음 원고를 쓸 때 당시 나는 정말 몰입이 필요해서 몰입을 했던 것 같다. 아니 무슨 몰입이 필요해서 몰입을 했다니? 몰입이란 게 필요하다고 하면, 하고 싶다고 해서 저절로 되는 건가?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다. 5년 차 직장인으로서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고 갑갑했고 한심했다. 회계 업무에 몰입을 하지 못한다면 나는 대체 무엇에 몰입하며 밥벌이를 할 것인가? 에 대한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졌던 시기였다. 사막 한가운데서 물을 목말라하는 것처럼 난 내 인생의 한가운데서 나의 몰입을 목말라했다.


내가 무얼 하면 갈증을 해소시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계속하다가 3년 전, 글쓰기 모임을 했던 게 생각이 났다. 한 달간의 모임에서 에세이 한편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모임의 주제는 ‘나를 만나는 자상한 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방송 작가님이 진행하셨고 나까지 4명의 회원이 매주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힘들었던 기억을 글로 표현하고 회원들과 리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글로 표현하여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을 보면서 힘들고 슬펐던 마음이 굉장히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누구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그 이야기는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썼다는 게 하나의 작품으로 느껴져 짜릿했던 추억이었다. 그 사이에 결혼하고 잠시 잊고 지냈는데 사막 한가운데서 그게 물처럼 느껴졌다면 당장 실행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 시작해보자




그렇다면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지? 네이버 검색창에 3년 전 검색하여 찾은 모임처럼 ‘글쓰기 모임’이라고 검색했다. 그때와는 달리 책 쓰기 모임이 눈에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책 쓰기 무료 특강을 듣게 되었다. 무료 특강을 들으며 출판사 소장님과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그동안 해왔던 것을 찾아주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책 쓰기 아카데미에 수강료를 지불하고 콘셉트에 대해 상담하고 원고를 쓰는 방법에 대해 익혔다.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나갈수록 쓸 원고에 대해 확신이 들었고 스스로가 성장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분명히 성장하고 있었다.




회사 다니면서 힘들지는 않았나?




물론 직장을 병행하며 원고를 쓰는 것은 힘들었다. 직장만 다니는 것도 버거운데 안 하던 글까지 쓰려고 하니 평소 체력을 과시했던 나도 그 당시 회사를 무슨 정신으로 다녔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퇴사를 한 상태지만 새벽에 기상하여 출근 준비 전까지 한 시간 반가량의 시간과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두 시간 반의 시간을 평일에 투자했다. 통근 시간이 지하철로 1시간 정도 걸려서 노트 앱을 켜서 써야 할 목차의 이야깃거리를 대략적으로 작성했다. 이렇게 작성해 놓으면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았을 때 빈 화면을 1시간 이상 멍 때리지 않을 수 있어서 생각해 낸 방법이다. 효과가 꽤 좋았다. 주말에도 새벽에 일어나 10시간 넘게 작업했던 것 같다. 주말 저녁시간만큼은 남편과 함께 보내려고 했는데 오히려 신경 써주지 못한 그런 것들이 미안하고 힘들었다. 솔직히 피곤한 건 아무래도 괜찮았다. 피곤해서 힘들었다면 나는 아마 끝까지 원고를 마무리 지을 수 없었을 것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해 더 괜찮은 원고를 쓰지 못하는 것 같아 그 마음이 가장 힘들었다. 결국 그 힘든 것도 몰입 안에서 이뤄져야 했고 힘들어도 나는 그걸 행복하게 즐겼다.




몰입하면서 무엇이 좋았나?




나의 이야기를 마음껏 글로 펼칠 수 있어서 좋았다. 살아생전 처음 느끼는 풍성한 설렘이었다. 뭐랄까. 진짜 나의 일을 찾은 느낌이랄까? 누가 보면 마치 저명한 작가인 것처럼 말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그냥 나에게만은, 누가 인정하지 않더라도, 그때 그 순간만은 작가였다. 글을 쓰며 행복했고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글 쓰는 설렘으로 전혀 힘들지 않았다. 마치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러 가는 날에 아침 일찍 일어나는 데이트 준비하는 소녀의 느낌. 내 글을 만나는 것이 이렇게 설렐 수 있다는 걸 나의 글을 쓰는 몰입을 하면서 진정으로 깨달았다.




몰입 후 그 결과




원고를 책 한 권이 되어 만났을 때는 오히려 막 설레거나 흥분하지 않았다. 내가 글을 쓰는 그 순간의 설렘의 비하면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원고 수정을 편집자와 하면서 수차례 원고를 봐서 그런지 너 이제야 나왔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쁘긴 했지만 나만의 글을 창조하며 쓰는 설렘이 무진장하게 컸기 때문에 책으로 만나는 설렘이 크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제 독자들한테 읽히고 나서 후기를 들으면 그 후기가 좋으면 설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쪼록 지난해 10월부터 작업해서 올해 2월 말에 책이 나왔으니 약 5개월간의 여정이 정말 주마등처럼 한 필름 한 필름씩 지나갔다. 아주 행복한 몰입의 결말이다.




그로 인한 나의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책 한 권 출간했다고 해서 인생이 무자비하게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는 연애 관련 책을 냈지만 연애 칼럼니스트로써, 강사로써 활동할 계획이 전무후무하다. 그저 글 쓰는 게 좋아서 책을 냈고 남 앞에 서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이라 앞으로 기회가 온다고 해도 어떻게 대처할지는 우선 닥쳐봐야 알 것이다. 하지만 책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다.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이야기,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종이 장에 정말 원 없이 펼쳤다. 한 가지 깨달은 것은 내 글은 나만이 쓸 수 있다는 것. 내 이야기만으로 충분히 재밌는 글과 책이 될 수 있다는 즐거움을 알아버렸다.


아직 하고 싶은 것은 많다. 평소 관심이 많은 주제인 명리학 공부도 시작했고 동양학 학위를 딸 생각이다. 학위에 이어 대학원 진학까지 생각하고 있는 터라 글 쓰는 일 말고도 바쁘게 보내야 한다. 드라마 작가 아카데미도 지금 입학 신청을 해놨는데 합격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고 싶은데 언제 다하지?

그래도 가장 행복한 글 쓰는 시간은 확보해 놓고 이 모든 걸 하나씩 실행할 것이다. 앞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도록 하려면 나는 글을 써야 한다. 그리고 글을 아주 기똥차게 잘 쓰고 싶다. 왜냐고?

글은 그 어떤 것보다도 내가 주체가 되어 할 수 있는 가장 재밌는 일이니까!




* 위 질문은 김애리 작가님의 책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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