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인 Apr 10. 2022

강요하지 좀 마

좋은 소리도 계속 들으면 듣기 싫은 법

남편의 죽마고우 중에 J라고 있다. 근래 들어 그는 남편에게 골프를 치라고 권유하고 있다. J는 골프 회사에서 꽤 오랫동안 일을 하여 틈이 날 때마다 그곳에서 골프를 배워 잘 치는 편이다. 나도 남편 따라 그와 함께 스크린 골프를 치러 간 적이 있어 그의 실력을 잘 알고 있다. 최근에 J는 친한 형들과 강원도로 라운딩을 다녀왔다. J는 그 경험이 좋았는지 남편에게 골프 연습 좀 하라고 말하고 있다. 얼른 실력을 키워 필드로 같이 나가자고 하면서 말이다. 그에 반해 남편은 골프를 잘 치지 못한다. 그도 한번 배워 보고자 작년 여름에 3개월 동안 개인 레슨을 받았었다. 하지만 그는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지 그 후로 더 배우지 않았다. 친구들과 친목으로 스크린 골프만 몇 번 칠 뿐이었다. 그는 주로 목표물을 향해 뛰어다니면서 라켓으로 공을 치는 스쿼시나 테니스 같은 동적인 운동을 좋아한다. 골프도 공을 치는 운동이지만 뛰어다니며 하는 운동은 아니기에 재미를 못 느낀 것이다. 그의 성향을 잘 알고 있는 나는 그가 골프에서 손을 뗐을 때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J의 제안이 요즘 지나치고 있다. 나도 속해있는 단체 톡 방에서 라운딩 사진을 올리며 남편에게 골프 좀 연습하라는 말을 반복했다. 남편은 J에게 골프가 자기 취향에 맞지 않는 운동이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J는 멈추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운동이 뭐 좋아서 하는 게 어딨냐"라고 말인지 막걸리인지 모를 아무 말을 내뱉었다. 이런 권유를 당사자가 아닌데도 반복해서 들으니 내가 강요받는 느낌을 받았다. J는 본래 자기주장이 강한 편이라 그 성향을 이해해 보려고 했지만, 함께 만났을 때도 몇 번 얘기한 걸 지켜봤기에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남편을 위하는 거라며 골프 실력을 높여야 한다는데 전부 가식으로 들렸다. 위하는 것의 뜻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 사람을 위한다면 싫은 걸 억지로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J에게 그만 강요하라며 최대한 이를 악물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는데 그는 알아듣지 못한 것 같다. 이제는 그가 하는 강요가 장난감 사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의 소리로 들린다. 아니 좋게 말해 떼쓰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가스라이팅이라고 해도 전혀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소리도 계속 들으면 듣기 싫은 법이다. 남편도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 그동안 그는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다음에 기회 되면 쳐 볼게'라고 J에게 말하면서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스트레스 받는 게 눈에 보인다. 옆에서 듣는 나도 기가 차는데 남편은 오죽할까. 우리 남편도 한 고집하는 성격이라 본인이 좋아서 해야지, 누가 시켜서 하는 건 절대 하지 않는 편이다. 그가 친구 따라 강남 갈까 봐 같은 걱정은 하지 않는다. 다만 남편은 처음 몇 번은 눈감아주고 나중에 폭발하는 성격이라 오히려 그들의 사이가 점점 나빠질까 그게 걱정이 된다.


J야 강요 좀 그만해 줄래?




매거진의 이전글 벚꽃보다 포차가 좋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