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해도 직장인처럼

마지막 회사를 그만둔 지 벌써 2년이라니

by 김다인

퇴사했지만 직장 다녔을 때처럼 하루를 보낸다. 아니 회사 다녔을 때보다 더 열심히 산다. 그래,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야지.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회사를 뛰쳐나왔잖아.


마지막 회사를 그만두기 6개월 전부터 나는 무언가를 갈급했었다. 뭔지 모르게 간절했다. SAP에 회계 분개를 입력하고 매출, 매입을 관리하는 기업 회계 일을 했었다. 생산, 영업, 개발 온갖 부서 사람들과 통화하며 일처리를 했던 나의 서른한 살이 너무나 싫었다. 게다가 일을 대충 하는 성격이 못 되는지라.. 스트레스를 받고 퇴근하면 그렇게나 허탈했다. (*SAP는 회계 프로그램을 말한다)


한동안은 그 무료함을 남편과 술로 달랬다. 그도 회사에서 일하던 시기여서 나의 고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때 다닌 회사는 세무사를 1년간 공부하고 때려치우다가 어렵게 들어간 대기업의 제조 계열사였다. 연봉도, 직책도, 복지도 다 마음에 드는데도 난 왜 이렇게 무기력하고 무료할까를 몇 번이고 되뇌면서 갑갑함을 술로 풀었다.


캄캄하고 넓은 방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었다. 스위치를 찾고 싶어도 방이 너무 넓어 벽에 손이 닿지 않았다. 당장 전등만 키면 될 것 같은데 스위치가 눈에 보이지도 손에 닿지도 않으니 속이 터졌다. 나름 유능한 직원이었는데 (당시 SAP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없었다) 회사 문턱을 넘어서면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 같았다. 일을 하는데도 자존감이 떨어졌다.


마지막 회사를 그만둔 지도 어느덧 2년이 넘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합정역에 있는 공유 오피스로 출퇴근하며 나 홀로 직장인 생활을 하고 있다. 솔직히 출퇴근 시간을 피해서 오고 가려했는데 6년 동안 회사 생활했던 몸 안에 생체리듬이 남아있는 건지 그때와 비슷한 루틴으로 살고 있다. 집에서 8시에 나와 5시에 집으로 돌아간다. 습관이 무섭다.


생각해 보면 어디를 가느냐, 어디에 소속되어 있느냐가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을 하느냐, 무엇을 위해 사느냐, 무엇을 목표로 삼느냐가 중요했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서른한 살 그때 그 궁금증에 몹시 갈급했었다. 남의 일이 아닌 나만의 일을 하고 싶었다. 남의 돈을 벌어주는 게 아닌 내 돈을 벌고 싶었다. 물론 당장 돈을 벌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가까운 미래에 나의 지식으로 (현재 사주 명리를 공부합니다) 일을 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


지금은.. 공부하다가 집중이 잘 안돼 머릿속을 환기시킬 겸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하고 싶은 명리 공부를 사무실까지 얻어서 하고 있는데도 집중이 안 된다고? 너 다시 회사로 돌아갈래?!'처럼 채찍질 용도로 말이다. (방금 온몸에 쭈볏쭈볏 닭살이 돋았다) 그동안 진로를 찾아 헤맸던 과정들에 감사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감사하며 다시 공부하러 총총 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