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좋아하는 공부를 하는 중입니다
지난 주말 복수 전공인 상담심리학 중간고사가 끝이 났다. 일주일 벼락치기로 공부량을 밀어붙여 시험을 봤지만 잘 보고 못 보고를 떠나서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래도 시험 결과를 논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 시험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동안 메일로 연애 상담을 해오고 있어 상담과 심리학에 관한 책도 여럿 보아 공부 내용이 친숙했다. 이래 놓고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할 말이 없다.
몰아서 공부를 했지만 중간중간 위기가 왔었다. 좋아하는 술도 마시고 싶고 사놓고 읽지 않았던 책도 읽고 싶었다. 왜 꼭 시험기간엔 다른 것들이 하고 싶은 걸까. 술도 조금만 마시고 책도 잠깐만 보면 되지 않을까 하다가도 그 시간에 한 과목을 한 번 더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오랜만에 인내심을 발휘하였다. 이래 놓고 시험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책은 책꽂이에서 나오지 않겠지.
나는 어릴 적부터 시험에 대한 강박관념이 심했다. 믿기지는 않겠지만 나는 공부를 중고등학생 때 굉장히 열심히 한 모범생이었다. 성적은 고1 때까지는 전교권을 휩쓸었다. 나 자신을 파악 못해 이과를 택하여 고2 때부터 나락의 길을 걸었지만 당시 공부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성적표는 나를 나타낸다고 생각했다. 그 강박을 내려놓지 못해서 그런지 나는 가끔 학창 시절로 돌아가 시험을 보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의 나는 치열했다. 시험 전 한 달 공부 계획표를 짜서 그대로 지키면서 공부했다.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면 잠을 자지 않았다. 대학을 가서도 학점을 위한 공부를 했다. 상위권을 유지하고 차석도 몇 번 해서 반액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을 다녔다. 시험에 대한 부담을 늘 안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시험을 위한 공부만 계속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좋든 싫든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를 억지로 했다. 정작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른 채 얼굴을 책에 파묻었다. 서른 살이 넘어서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찾아 헤맸고 지금은 그 공부를 하고 있다. 바로 상담심리학과 명리학이다. 작년 초에 두 전공 중 무엇을 할지 갈등이 심했다. 바보처럼 둘 다 해볼 생각은 하지 않고 한 가지만을 고르려고 골머리를 앓았다. 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명리학으로 진로를 정하여 원광디지털대학교 동양학과에 편입했고, 지금은 상담심리학까지 복수 전공을 하고 있다.
작년에 첫 학기를 이수하였는데 한 과목을 제외하고 A+를 받았다. 그 한 과목도 A였다. 공부량이 엄청났다. 돌이켜 보니 시험을 위한 공부를 또 했던 것이었다.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그런 공부 말이다. 좀 더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내가 앞으로 직업으로 나갈 수 있게 깊이 있는 공부를 하는 게 주된 목적이 되어야 하는데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딱 맞다.
이번 학기는 수업은 열심히 듣되 시험을 위한 공부는 일주일로 정했다. 여러 가지 일을 벌여 놓았기 때문에 시간도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좀 더 능동적으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래도 시험을 위한 공부는 수동적이 되게 마련이다. 이게 나올까? 저게 나올까? 내가 교수님이라면 이걸 내지 않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심도 있는 공부까지는 가기 어렵다.
이번 주는 동양학과 공부를 하면 된다. 현재 명리학도 선생님께 따로 배우고 있지만 학부 수업은 고전을 기초로 하여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밌다. 어서 시험을 위한 공부를 끝내고 실용적이고 학문적으로 깊게 접근할 수 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