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vs 사주 1화에서는 mbti 궁합에 맞는 사람들의 커플 성공률이 높을까, 사주 궁합이 잘 맞는 사람들의 커플 성공률이 높을까에 대한 소개팅 매칭이 진행됐다.
나는 mbti가 어떤 궁합이 좋고 나쁜지 산출되는 과정은 잘 모르지만 사주 궁합으로 매칭 과정을 소개할 때 솔직히 기겁했다. 이건 정말 사주 명리 학문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짓이었다. 심지어 여기 나온 사주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궁합을 이렇게 설명한다고? 대한민국 명리학의 수준을 알려주는 지표였다. 이러니 사주가 안 맞는다고 하지.
프로그램에서 설명하는 좋은 궁합은 ‘나에게 부족한 오행’을 채워주는 거란다. 내가 없는 오행을 상대방이 가지고 있다면 본능적으로 끌리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부족한 오행이 나를 생해주는 오행일 경우가 가장 최적의 오행 궁합이라며 사주 소개팅을 매칭시켰다.
MBTI vs 사주 1화
예를 들면 화(火)다(多) 자 남자한테 목(木)다(多) 자 여자를 소개해 주며 여자가 남자를 생해주는 목생화의 관계이기 때문에 좋은 궁합일 거라고 매칭시켰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궁합은 뭐가 부족해서 누군가를 채워주는 걸 보는 게 아니다. 게다가 생해주는 건 더더욱 아니다. 사주팔자 여덟 글자는 본인만의 것이지 내가 없는 게 누군가에게 있다고 해서 그 기운으로 갖다 쓰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개별적으로 봐야 할 문제이지, 생 받고 생하는 게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뭐가 없어서 필요하고 생 받는 이런 게 중요하다고 가정한다면 위의 논리로는 또 말이 안 된다. 이미 화 오행이 많은 남자에게 목 오행은 그다지 좋은 오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화로 가득한 사주에 ‘너의 불에 땔감이 될 게’라며 목(인성)이 온다면 극신왕에 안하무인 사주가 될 수도 있다. (과장해서 말하면 그렇다)
MBTI vs 사주 1화
또한 뭐가 많은 것은 자기가 없거나 부족한 오행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자기표현 잘하고 매사 열정적이고 남들 하는 건 다 해보는 부지런한 화 오행이 많은 사람이, 남들 하는 건 신경 쓰지 않고 자기 인생의 행복과 재미만을 위해 태어난 목이 많은 사람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프로그램 궁합 매치에서 또 놀랐던 부분은 일간 오행 생의 관계만을 두고 설명했다는 점이다. 사주에서 일간은 ‘나’의 정체성, 선천성 부분을 설명하는 데 중요하다. 하지만 월지, 계절, 조후를 빼놓고 궁합을 논했다는 점에서 일간의 오행 시계 방향 뺑뺑이 놀이 돌리는 식으로 궁합을 매칭시켰다는 게 가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니 궁합 봤는데 안 맞는다고 하지...!
MBTI vs 사주 1화
궁합은 오행 시계 방향 놀이가 아니다. 한 사람의 정체성, 자라온 계절적 환경, 내 안에 자리 잡은 가치관, 정서 등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해서 사람 대 사람이 만나는 걸 봐야 한다. 물론 프로그램 특성상 대중에게 쉽게 사주를 설명하기 위해 오행 위주로 매치했다는 건 이해는 간다. 하지만 단순히 오행의 생 관계로만 그것도 일간의 오행으로만 궁합을 논했다는 게 정말 안타까웠다. 그 말이 맞지도 않을뿐더러 말이다. 그렇다면 목일간이 토일간과 목극토 관계이니 이 사람은 궁합이 좋지 않다고 말할 것인가? 사주는 518,400가지인데 궁합을 이분법적 잣대로 동전 뒤집기 식으로 생만 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 이외의 궁합을 보는 다른 요소가 없었다는 점이 굉장히 아쉬웠다. 생이냐 아니냐를 논하는 이분법으로 논할 거라면 차라리 우주 만물을 이분법으로 설명하는 ‘음양’의 법칙으로 남녀를 매칭시키는 게 더 나을 뻔했다.
MBTI vs 사주 1화
결과적으로 MBTI 최종 커플은 13 커플이 나왔고 사주로는 10 커플이 나왔다. 그리고 한 달 뒤에 지속적으로 만나는 커플은 모두 MBTI에서 나왔다. 일간의 오행으로만 궁합 매치를 했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MBTI는 후천적으로 자신의 행동양식을 성격을 유형화시킨 것이다. 기본적인 내 성격, 성향이 잘 반영되어 있다. 성격이 잘 맞는 MBTI 궁합이 잘 맞아떨어졌을 것이다. 프로그램에서 나온 사주 궁합으로는 일간 오행의 생 관계 위주로만 궁합을 설명했다. 일간은 나의 정체성으로 사람들에게 보이는 사회적인 부분은 아니다. 오히려 겉으로 보이는 내 모습을 알기 위해선 ‘월지’를 빼놓고 성격을 논할 수 없다. 사주로 선천성, 후천성, 가치관, 정서까지 모조리 알 수 있는데 이것을 제대로 궁합 보는데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사주를 쉽게 설명해서 대중들에게 가까워지는 건 좋다. 필자도 사주 대중화에 앞장서는 사람이라 이 부분은 크게 동의한다. 하지만 쉽게 설명하는 것과 잘못된 정보를 설명하는 건 엄연히 다르다. 사람들이 사주는 잘 맞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는 바로 이렇게 잘못된 정보를 100% 맞는 것처럼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전 세계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대중매체로 전달해서 더더욱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