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내 모습을 자세히 묘사할 수 있을까?
10년 후이면 지금으로부터 마흔두 살. 숫자를 보고 조금 놀랐지만 지금의 나이가 아닌 걸로 잠시 위안을 삼는다. 학부 교양 수업 때 과제를 하거나 기업에서 면접을 볼 때 나오는 단골 질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학과 전공만을 생각하며 답변을 했던 걸로 기억나는데 지금은 나의 이야기로 나의 굳은 다짐이 들어간 답변을 당당하게 할 수 있다.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나의 10년 후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우선 가정 안에서의 나의 모습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을 것이다. 본래 계획은 한 명 낳아서 잘 키우자 이긴 한데 요새 생각이 바뀌어 두 명까지 낳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지금 아이가 내 곁을 지나가면 무진장 예뻐 보인다. 아이를 좋아하지 않은 나인데 세상에 있는 조그마한 아이가 다 예뻐 보일 정도면 어서 준비를 해야 되는가 싶다. 남편과 나의 계획은 2023년 출산이라 10년 후이면 큰 아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 있겠다. 작은 아이가 태어난다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을 것 같다. 그 아이들의 아침 등교에 애쓰는 나와 남편의 모습이 선하다.
남편에게는 든든하고 기댈 수 있는 아내가 되고 싶다. 우리 남편은 듬직한 유형이지만 가끔 아이 같은 면모가 있어 내 어깨를 참 좋아한다. 10년 후에도 내 어깨에 기대어 같이 TV를 보며 도란도란 하루의 일과를 나누고 미래를 계획하는 평범하지만 또 평범하지 않은 우리만의 스타일을 가진 부부가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 남편은 10년 후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오늘 저녁에 심도 있는 대화거리가 생기겠네.
꾸준히 글쓰기 연습을 한 결과 35살쯤 나의 글쓰기 실력이 일취월장하여 매년 책 한 권씩 내어 소소하게 인세를 받는 작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책은 주로 자기계발서와 에세이 중심으로 출간할 것이다. (열심히 해야겠다) 글만 쓰는 게 아니라 지금 공부하는 명리학 과정이 이제 막 박사과정까지 마무리하여 대학가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 명리학을 전파하는 강의를 하고 있을 것이다. 10년 후쯤 경력을 쌓은 나는 동양학을 세계화에 알리는 작업도 생각하고 있다. 대중화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면 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세계화를 하려면 영어도 열심히 해야겠다. 더불어 일반인도 쉽게 보는 명리학 책도 쓸 것이다. 공부를 하다 보니 진입장벽이 생각보다 높은 학문이라 재미는 있지만 막상 어렵긴 하다. 써야 할 분야의 책이 늘어나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좋은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질 테니 말이다.
지금보다는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 자부한다. 10년 전 나의 모습인 스물두 살 때와 비교해보면 많이 차분해지고 그 사이에 고되었던 사회생활을 겪으니 정말 성숙해진 것을 몸소 느낀다. 앞으로의 10년은 내 아이를 키우고, 양쪽 집안 부모님께 효도드리며, 내 주변 지인들을 살뜰히 챙기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어른이 되고 싶다.
인간관계는 급할 것이 없다는 걸 근 5년 사이에 많이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급하게 친해질 필요가 전혀 없다. '진득하게'와 '천천히'가 관계를 오래 이어나갈 수 있다. 그렇게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이끌고 품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요즘 그런 생각도 많이 한다. 단단한 사람이 되자. 삶의 중심에서 단단한 내적 자아를 형성하여 어떤 고난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되고 싶다. 지금은 많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 것이 없어서 흔들리고 있다. 나만의 것이 없으니 그동안 방황하며 20대를 보냈고 여전히 그렇게 30대 초반을 보내고 있다. 지금은 덜 흔들리기 위해 글을 쓰고 나만의 것을 만들어 나가며 스스로에 대해 공부하는 중이다. 10년 뒤쯤에는 겉만 단단한 게 아닌, 마음도 꽉 찬 속을 가진 튼튼한 나무가 되어 나와 내 가족, 내 사람들을 지키고 사랑하며 살아갈 것이다.
신체적인 부분을 생각해 봤다. 10년 뒤 여자의 신체 모습. 엄마를 떠올려봤다. 마르지 않고 딱 평범한 체형. 다른 마흔두 살의 내가 아는 어른들을 생각해 봤다. 그래도 꽤나 관리를 잘한 몸매를 가졌다. 20대 때는 아무리 먹어도 날씬한 몸매가 유지가 되어 건강이나 신체에 대해 관리를 따로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최근 배가 많이 나와 건강과 몸매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나이 들수록 다리는 가늘어지고 배만 나온다고, 배 나온 통통한 가분수 체형의 아줌마가 되고 싶지 않다.
몸도 가벼워야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하게 나의 일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몸이 뚱뚱한 사람의 비하 발언은 절대 아니다. 나의 경우 그렇다는 말이다. 나의 일을 열정적으로 수행하려면 체력도 뒷받침되어 있어야 한다. 매일 러닝과 사이클 운동을 하는 건강한 나, 아내, 엄마, 동료로서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남아 있을 것이다. 내 몸이 건강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다.
내가 묘사하는 10년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기만 하면 뭘 하나? 하나씩 떠올리면서 내가 바라는 모습에 맞게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아주, 잘,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된다. 저 10년 후의 모습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내일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 아닌가? 꿈을 꾸고, 머리로 그리고, 글로 적으며 간절히 바라다보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말을 믿고 있다.
Vivid Dream Realization!
10년 후 나의 모습이라는 질문, 예전에도 많이 작성했었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제대로 써 나갈 수 없었다. 지금은 단 몇 분 만에 이렇게 쉽게, 이미 내 10년 후 모습을 겪은 사람처럼 술술 써 내려간다는 게 신기하다. 지금은 내 인생에 대한 확신, 절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으로 10년 뒤가 정말로 궁금하다. 내일의 일상이 기대되고 앞으로의 삶을 기대하며 매일매일 나의 것을 수행해 나갈 것이다.
* 위 질문은 김애리 작가님의 책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