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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May 21. 2024

자유롭고 싶어서

작년 12월에 교수님으로부터 명리학 초급반을 가르치는 교강사 제안을 받았다. 당시 나는 논문프로포절 과정을 막 마치고 논문 쓸 준비를 할 참이었다. 좋은 기회인 것 같고 교수님 제안을 감히 거절할 수가 없어 한다고는 했지만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상담과 논문이 막 시작 단계였고, 강의 준비도 시작해야 했다. 이후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불행 중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강의는 개설할 수 없게 되었다. 개강 전날까지 학생 최소 정원이 채워지지 않아서였다. 초반 강의를 준비해 놨기에 아쉬움은 있었지만 무언의 해방감을 나는 느껴버렸다.

'아, 내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구나..!'  


나는 아직까진 좀 더 자유롭게 있고 싶은 것 같다. 어디 소속되어 있는 건 본래부터 딱 질색이고,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닌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싶을 뿐이다. 공부도 내 마음대로, 가르칠 준비가 되어 있으면 그때 내가 하고 싶을 때 해야 할 것이다. 나는 아직 공부하는 사람, 상담사가 되고 싶지 강사, 교수가 되고 싶은 건 아니니까.


내가 동양학과 대학원에 발을 들인 이유는 운명론에 대한 갈증과 운명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해서였다. 그들이 명리를 어떻게 활용하고 상담하는지 보면서 나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싶었다. 내 인생에 대한 고민도 사주를 공부하며 풀렸듯, 그렇게 천천히 누군가에게 상담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대학원에 들어와 보니 학계와 집단에 대한 보수성이 나의 숨을 움켜쥐었다. 물론 내가 좀 더 예민하게 반응하는 기질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성격상 2년을 절대 다닐 수가 없는데 중간중간 이탈을 하기도 했고(행사 불참 등) 운의 힘도 살짝 빌려서 겨우겨우 다녔다. 이런 환경에서 내가 강의를 할 수 없음을 이번 학기 막바지에 깨달았다.


수업 듣고, 논문 쓰고 연구하는 과정 모두 좋은데 나는 아직 세상에 교육으로 나가려고 운명을 공부하는 게 아님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다는 것을 이렇게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회가 주어졌지만 받아먹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받겠다는 것도 나의 의지로 될 수 있다면 이것도 내 사주의 특징이 될 수도 있겠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할 뿐, 아직은 공부와 상담을 더 재밌고 신명 나게 하고 싶을 뿐이다. 나라는 사람은 인생에서 '즐거움'을 빼놓고는 그 어떠한 것도 시작할 수도, 끝을 맺을 수도 없으니까.


비록 엊그제까지만 해도 다음 학기 강의 준비를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에서야 다시 마음을 정리해 본다. 그런데 교수님껜 어떻게 말씀을 드릴지.. 왠지 퇴사하고 싶다며 사표 내는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기분 탓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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