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남해살이 불만이 또 터졌다
아침에 잔뜩 찌뿌둥한 얼굴을 한 남편이 내게 말했다.
"아 더는 못 있겠어"
아뿔싸. 그의 남해 불평이 또 시작되었다. 이번이 벌써 두 번째다. 처음은 그냥 넘어갈 수 있어도 두 번은 못 참는 그다. 그이도 참아볼 만큼 참은 다음 내게 말을 한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지난번 돈벌레 사건 때 그는 도저히 잠을 자지 못하겠다고 하였다. 하는 수없이 나도 필살기를 꺼내야 했다. 내가 꺼낸 카드는 옆 동네인 삼천포로 하루 떠나는 거였다. 원래 남해에 있는 동안 삼천포 여행이 하루 예정되어 있었다. 그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날 바로 삼촌포로 떠났다.
이 지역은 실비집이 유명한데 일정 금액을 내면(2~4만 원) 남해 요리가 한상 코스로 나와서 입으로 남해를 즐길 수 있다. 미리 알아둔 비장의 카드 실비집에서 소맥을 연신 말아주며 그를 어르고 달랬다. 다행히 실비집 음식은 겉으로 보기엔 소박하지만 하나, 하나 맛이 다 좋았다. 얼큰하게 취한 우리는 근처 모텔에서 하루 머물렀다. 다음날 사천시에 있는 홈플러스에서 초강력 살충제를 사들고서야 남해 시골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뒤로는 약의 효과가 있었는지 다리가 여러 개 달린 그 벌레는 그이 앞엔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한번 봤는데 그가 또 여기를 떠나자고 할까 봐 조용히, 그리고 확실히 처리하였다. 그런데 삼천포에 다녀오고 딱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또다시 그가 반기를 든 것이다. 이번엔 침대 매트리스 때문에 잠을 못 자겠단다. 매트가 지나치게 푹신해서 허리가 좋지 않은 그가 숙면하기에는 불편했으리라. 온몸이 뻐근하고 아프다는 그에게 나도 더는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예민한 성격이기는 하나 잠은 아무 데서나 잘 자고, 먹는 것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다. 남편이는 나와 달리 부드러운 성정이나 잠은 아무 데서나 잘 못 자고, 먹는 것도 알레르기가 있어 뭐가 들었는지 가려 먹어야 한다. 앞으로 머물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그냥 참고 지내주었으면 하지만 남해 숙소를 고를 당시 내 의견이 강해서 그가 어쩔 수 없이 따라왔다는 걸 알고 있다. 한 번은 넘겼다고 해도 이번엔 어떻게 그를 달래야 할지 고민인 찰나에 옆방에서 나를 부르는 그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기야 우리 순천 하루 다녀오자! 여기 명인 한정식 집이 있는데 전부터 가보고 싶었어."
순천이라고 하면 우리가 있는 곳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거리다. 나도 별다른 수가 없기 때문에 차라리 이런 제안이 내심 반갑다. 앞으로 시골살이는 다신 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