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에서 시작한 회고 글쓰기
남해에 내려오면서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내려왔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글쓰기이다. 10년 중 6년은 직장을 다녔고 3년은 명리 공부, 지금은 사주 상담을 업으로 하고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은 절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외부와 내면에서의 갈등을 수도 없이 거쳐왔다.
본래 운의 향방이 바뀌면 마음이 뒤숭숭해지곤 하는데 올해는 대운(10년 단위의 운)의 마지막 해라 그런지 과거의 기억이 번번이 떠올랐다. 행복한 추억도 많지만 20대의 과한 열정과 패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스스로를 아프게 한 일들이 생각났다. 과거의 기억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자책으로 이어졌다. 그럴 때마다 고개를 저으며 그만 생각하고, 현재에 집중하자며 밀어냈다. 그런데 그럴수록 보란 듯이 더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하는 수없이 마주해야 했고 마주할 곳이 필요하였다. 그게 바로 남해였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몇몇 사람들과 부딪쳤다. 어렸을 때부터 특별히 모나지 않고 어른들 말씀 잘 들으면서 둥글게 자라왔다고 여겼는데, 엄한 부모님 밑에서 성장하여 내 의견이 거의 없어 그랬던 것 같다. 성인이 되어 대학 생활을 통해 내 성향을 점차 알게 되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상사와 동료 등 대인관계에서의 특유의 예민함이 발동되어 다른 이들보다 까탈스럽구나를 알았다. 억울한 상황이 연출될 때마다 피해의식이 다소 있었던 건 지금 생각해 보면 부정할 수가 없다.
처음엔 회사가 문제라고 생각했고 다음은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어 회사와 사람들이 문제없는 곳에 평온하게 다녔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뭔가 찜찜하고 불만스러웠고 곧이어 하고 있는 일이 문제임을 깨달았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어쩌면 포커스를 회사와 사람들이 아닌 ‘일’에만 집중했다면 더 빨리 내게 맞는, 원하는 진로를 찾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일을 찾았다고 한들 과연 역학인의 길을 걷지 않았을까?라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타고난 성향과 예민함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내게 일어났던 일들 하나하나는 반복되었을 것이다. 겪은 모든 일들이 역학인이 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해 준 것 같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남해에서부터 아침마다 지난 10년을 들여다보는 회고 글쓰기를 시작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다음 10년을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길 바라며 오늘도 열심히 과거를 쓰며 나를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