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인간은 사람에 대해 지극히 호와 불이 명확한 사람인지라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솔직하게 퍼다 주고, 그렇지 않은 이에겐 그 사람이 내 욕을 하고 다닌다고 한들 관심조차 없는 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뒷담화하는 이들은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내가 좋아하는 이들이 그런 나를 이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좋아서 먼저 연락하였고, 때 되면 선물 등을 보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들은 나를 필요로 할 때만 연락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필요가 해소되면 연락을 끊어버린다거나? 연락이 닿아 만나자고 하면 차일피일 미루기 십상이었다. 이쯤 되면 나도 내려놓으면 좋으련만 한번 가게 된 마음은 그리 쉽게 등을 돌리지 못하여 몇 번의 상처를 받고 나서야 놔주고 만다.
호, 불이 강한 성격이기에 처음 호였다면 불이 되기 어려운 것 같다. 반대로 불이었던 사람이 호가 되기 어려운 것처럼.
오랜 이로부터 정말 오래간만에 연락이 왔다. 수차례 내가 연락하고 만나자고 하였지만 다음, 다음으로 미루던 이었다. 서운함에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는데 대뜸 연락이 와서 당황했다. 그런데 그 당황도 잠시, 연락한 목적이 있었다. 이유야 어찌 됐건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쪽이기에 안 본 지도 오래되어 만나자는 식으로 이야기하였다. 그러나 또 미루는 듯한 그 사람의 화법과 무응답에 진절머리가 나고야 말았다. 나도 더 이상은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 아니 이어나가려고 노력하기 싫어 내가 보낸 없어진 카톡 메시지 숫자 1만 바라볼 뿐이었다.
마음으로 다가갔으면 그 마음으로 응답해 주었으면 하는 게 욕심일까. 내려놓았던 관계여서 한편으로는 홀가분하였는데 한 번씩 이렇게 들쑤시고 가면 그렇게나 마음이 쓸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