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소유진 백종원 부부처럼
어제 난생처음 테니스 라켓을 잡아보았다. 정식 수업은 아니었고 등록만 하는 날이어서 잠깐 체험으로 받은 것이었다. 원래 테니스를 할 생각이 없었다. 목적은 남편이를 운동시킬 요량이었다. 그이는 10년 전에 나를 만나고 연애 3개월 만에 15 킬로그램이 불었다. 결혼하고 나서는 15 킬로그램이 더 불었다. 지금은 결혼한 지 6년 차가 되어 그 이상은 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몸무게가 꽤 나간다.
그이는 줄곧 살을 빼기 위해 노력하였다. 개인 PT도 받아 보았고 골프도 배웠다. 그리고 테니스도 배웠다. 그런데 각 종목을 딱 6개월만 하고 그만두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시점에 어딘가로 여행 간다거나 일상에 특별한 일이 생겼다. 이유야 어찌 됐건 6개월 이상 하질 못하였다. 그런데 그나마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은 테니스라고 하였다. 문득 백종원 소유진 부부가 테니스를 친다고 어느 예능 프로에서 들었던 게 떠올랐다.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게 많을수록 장기적으로 좋을 것 같았다. 우리가 함께하는 건 반주를 하거나 ott와 유튜브를 보고, 여행하는 정도이다. 몸을 움직이는 활동적인 건 거의 하지 않는다. 딱 그런 걸 하면 좋겠다고 여기는 시점이었다. 이참에 남편이 운동을 다시 시작하게 만들 참으로 나도 테니스를 배워보겠다고 하였다.
등록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테니스를 배우겠다고 마음을 먹은 지 2개월이 넘었는데 나도 개인 일정들 때문에 선뜻 등록하기가 어려웠다. 아무래도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코치님한테 배워야 하고, 남편이랑도 시간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짓지 못하였다. 최근 바쁜 일정이 마무리가 되었다. 당장 어디론가 떠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등록하기로 하였다. 알아둔 몇 개의 테니스장 리스트를 확인한 뒤 그중에 1년 이상 다닌 회원들의 후기가 있는 테니스장에 전화하였다.
늦은 오후에 코치님을 처음 뵈었다. 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뵙자마자 (레슨을 받아보지도 않고) 등록을 하였다. 어차피 하기로 한 것이고, 코치님 인상이 좋고, 후기는 이미 말할 것도 없어서 더 내가 간을 보고 알아보는 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였다. 우선 한 달만 등록하는 거였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때 옮기면 되었다. 2:1 레슨으로 등록하였다.
남편이 잠깐의 체험도 가능하냐고 물어서(나보다는 신중한 타입) 결제는 이미 했지만 한번 맛보기로 공을 쳐보기로 하였다. 그이가 배워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전에 배웠던 코치님과 비교 분석이 가능하리라. 우리는 코트에 들어섰다.
코치님께서 적당한 라켓을 남편과 나에게 하나씩 쥐어주었다. 내가 처음 배워보는 거라고 하자, 일단 라켓을 편안하게 잡아보라고 하였다. 그러곤 공과 친해져야 한다며 공을 요리조리 튕겨 보며 친해질 시간을 주었다. 이후 스윙을 알려주었다. 라켓을 던지듯 몸을 옆으로 비틀며 쳐보라고 했는데 던지듯 치는 게 어려웠다. 어떻게 던지듯 치지? 던지는 건 던지는 거고 치는 건 치는 게 아닌가. 몇 번을 쳐봐도 내가 잘 되지 않자, 남편의 솜씨가 이어졌다. 남편은 6개월 간 배우며 썼던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았다는 듯 멋진 스윙 자세를 보여주었다. 코치님도 100점이라고 하셨다. 남편은 쑥스러운 듯 이전에 몇 개월 배웠다고 말을 꺼냈다.
나는 스윙 자세가 바로 나오지 않아 살짝 실망하였는데 코치님이 남편을 보며 자세를 연구해 보라고 하셨다. 옆에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금세 따라갈 수 있다며 말이다. 그 말이 맞았으면 좋으련만 너무 레벨 차이가 날까 걱정되었다. 그런데 차라리 잘 된 것도 같다. 운동 신경이 부족한 나로서는 동시에 시작했으면 실력 차이가 극명하게 날 게 뻔하였다.
끝나고 나오는 길에 남편이 선생님께서 편안하게 잘 알려주는 것 같다고 하였다. 전에 배웠던 코치님은 너무 정석대로 알려주어 재미없었다고 말이다. 가르치는 스타일이 쉽고 편안하게 접근하면서 테니스의 매력을 알려주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였다. 그래 어쩐지 내가 느낌이 좋다고 했잖아.
일단 스타트는 했다. 체력이 많이 소진될 거라고 하는데 이참에 나도 운동이 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재미를 붙이며 그이와 싸우지 않고(?!) 조금씩 해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