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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두 살, 인생에서의 성공

인생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적은 언제인가?

by 다인


인생을 오래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굳이 가장 크게 성공한 적이라... 우선 성공의 개념부터 알고 가야겠다. 성공이란 목적하는 바를 이룸이란다. 지금 생각나는 것이 없으니 10년 전쯤을 거슬러 가본다. 20대 때는 잘 먹고 잘 사는 게 목적이라 함은 나에게 머나먼 미래인 것 같았고 진짜 나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바로 내가 원하는 ‘내 남자’를 찾는 것이었다.




사랑은 나의 숙명


공부를 게을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난 ‘이성’을 만나는 것에서는 공부보다 더 열심히였다. ‘사랑’이 가장 중요했고 그 사랑을 나누는 교감을 굉장히 중요시 여겼다. 이런 말 하는 것도 우습지만 정말 남자를 끊임없이 만났다. 나의 연애에는 ‘쉼’이 없었다. 학교 다닐 때 그런 친구 한 명씩 있지 않나? ‘남자 또는 여자 없으면 못 사는 애’ 말이다. 내가 딱 그런 애였다. 학부에서도 언니들과 후배 여자들에게 욕을 먹고 다닐 정도로(귀가 굉장히 간지러웠다) CC도 많이 했다. 기회가 되면 남자를 만나러 다녔고, 기회가 없으면 그 기회를 직접 만들면서까지 이성과 사랑을 갈구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행복한 연애였을까라고 생각해 보면 그렇지도 않다. 차이기도 많이 차였고 차기도 많이 차 봤다. 사랑에 아픔을 많이 겪어보고 열정만으로 안 되는 게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서 마음과 정신이 성숙해졌고 어느새 나만의 남자 보는 눈이 생겼다. 쓰레기를 감별할 수 있는 것뿐만이 아니라 내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고 어떤 성격들이 나와 잘 맞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연애를 하면 몰랐던 나의 모습도 알게 되어 진짜 내가 누구인지, 내 성격이 어떤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중요한 시기였다. 연애를 하면 감정적으로 변한 내 모습에 깜짝깜짝 놀랄 때도 있었다. 연애를 하며 비로소 나를 알게 된 것이다.




지금의 남편, 평생 ‘내 남자’


그러던 어느 날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연애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보니 스물다섯 살이 되었다. 남편은 평소 학교 선후배로 ‘알고’만 지냈던 후배였는데 나의 잘 지내냐는 연락 한 번으로 지금의 남편이 될 줄이야. 우리는 4년 반의 연애 기간을 거쳐 지금은 3년 차 신혼 생활을 즐기는 부부가 되었다. 그렇다. 가장 크게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남편, 평생 ‘내 남자’를 찾은 것이다.


아니 무슨 남자 잘 만난 게 성공이라고 말하는 거냐고, 취집 한 거냐고 오해할 수 있지만 그런 뜻은 절대 아니다. 기껏 남자를 만나봤자 길게 사귀면 1년이라 웬만한 남자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내가 4년 반의 장기 연애를 할 수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불어 20대 끝자락에 결혼까지 했던 것은 20대 내 인생의 가장 큰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주변에서는 내가 이 남자, 저 남자 하도 만나고 다녀서 결혼도 늦게 할 거라고 다들 예상했는데(확신했는데)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내가 가장 결혼을 빨리 한 케이스였다.


성공의 또 다른 이유 ‘꾸준함’


내가 내 남자 찾는 것을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꾸준함’이다. 20대 때 아니 열아홉 살 때부터 연애(빠른 생일로 친구들보다 학교에 1년 빨리 입학)를 쉬지 않고 꾸준히 했기 때문에 나와 맞는 내 남자를 찾을 수 있던 것이다. 한 사람만 오래 만나는 그런 꾸준함이 아니다. 물론 지금의 남편과는 장기 연애를 한 뒤 결혼까지 골인한 케이스지만 이전에 다수의 연애 경험이 부족했다면 남편이 내 남자라고 확신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연애를 지속적으로 하는 꾸준함이 나만의 데이터로 남아 이것 또한 나만의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었다. 책 <내 남자 찾는 36가지 기술>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남자를 만나기 전 썸 타는 과정부터 연애 초반, 중반, 결혼을 생각하기까지를 통틀어 나만의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책을 쓰며 느낀 것은 꾸준한 연애를 통해 사랑에 아파하며 여러 상처를 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남자들을 만나면서 그중에서 내 남자를 기어이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연애 지침서까지 만들어 낸 것이다. ‘내 남자’ 찾은 성공이 책까지 내는 쾌거를 맛본 것이다. 이게 성공이지 어떤 것이 성공일 수 있을까?




‘내 남자’ 찾은 성공을

‘내 일’ 찾는 성공으로


20대에는 무엇이 되겠다는 간절한 꿈은 없었다. 그저 본능적으로 ‘사랑’을 생각하며 남자들을 만났고 어쩌면 나만의 사람을 찾는 게 20대 간절한 꿈인 것으로 보인다. 내 남자는 찾았다. 남들은 20대에 자기의 업을 찾기 위해 하던 것을 나는 이제 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나의 업을 찾는 과정이 내 남자와 만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남자를 경험해봤듯이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해보는 것이다. 사람도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것처럼, 일도 직접 해봐야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할 수 있는 일인지 아는 것 아닌가? 아무리 첫눈에 그 남자에게 반해 연애를 시작하더라도 그 남자가 나와 맞지 않으면 오래갈 수 없듯이 일도 마찬가지다. 무작정 내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내가 좋다고만 해서 매달릴 문제가 아니다. 몇 번은 부딪쳐서 알 수 있도록 기회를 스스로에게 여러 번 줘야 한다.

좋아하는 일만 고집하지 말고 오히려 지금 하고 있는 거나 잘하라며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당장은 현실적인 조언이다. 하지만 좀 더 먼 미래를 생각하면 난 반대한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은 분명 있다. 다만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지 않아 못 찾은 것뿐이다. 우선은 좋아하는 일을 찾자. 그리고 그 일을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지,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좋아하는 일을 노력해서 진짜 나의 일로 만들 수 있는지 경험해 보고 고민해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중간하게 좋아하고 노력도 어중간이면 절대 안 된다. 사람도 어중간하게 좋아하면 어차피 오래 못 간다.

내가 좋아하면서 나와 잘 맞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꼭 찾을 것이다. 내가 지금 나만의 일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고군분투하는 이유다.

내 남자 찾는 것도 결실 맺기까지 10년 정도 걸렸으니 앞으로 10년 뒤면 나의 ‘업’을 찾아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번 내 남자 찾는 성공을 경험했으므로 나의 일을 찾는 것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내 남자 찾는 꾸준함을 성공으로 이끈 것처럼 지금 내 꿈을 찾으며 해야 할 것들을 열심히 할 것이다.


* 위 질문은 김애리 작가님의 책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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