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오래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굳이 가장 크게 성공한 적이라... 우선 성공의 개념부터 알고 가야겠다. 성공이란 목적하는 바를 이룸이란다. 지금 생각나는 것이 없으니 10년 전쯤을 거슬러 가본다. 20대 때는 잘 먹고 잘 사는 게 목적이라 함은 나에게 머나먼 미래인 것 같았고 진짜 나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바로 내가 원하는 ‘내 남자’를 찾는 것이었다.
사랑은 나의 숙명
공부를 게을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난 ‘이성’을 만나는 것에서는 공부보다 더 열심히였다. ‘사랑’이 가장 중요했고 그 사랑을 나누는 교감을 굉장히 중요시 여겼다. 이런 말 하는 것도 우습지만 정말 남자를 끊임없이 만났다. 나의 연애에는 ‘쉼’이 없었다. 학교 다닐 때 그런 친구 한 명씩 있지 않나? ‘남자 또는 여자 없으면 못 사는 애’ 말이다. 내가 딱 그런 애였다. 학부에서도 언니들과 후배 여자들에게 욕을 먹고 다닐 정도로(귀가 굉장히 간지러웠다) CC도 많이 했다. 기회가 되면 남자를 만나러 다녔고, 기회가 없으면 그 기회를 직접 만들면서까지 이성과 사랑을 갈구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행복한 연애였을까라고 생각해 보면 그렇지도 않다. 차이기도 많이 차였고 차기도 많이 차 봤다. 사랑에 아픔을 많이 겪어보고 열정만으로 안 되는 게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서 마음과 정신이 성숙해졌고 어느새 나만의 남자 보는 눈이 생겼다. 쓰레기를 감별할 수 있는 것뿐만이 아니라 내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고 어떤 성격들이 나와 잘 맞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연애를 하면 몰랐던 나의 모습도 알게 되어 진짜 내가 누구인지, 내 성격이 어떤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중요한 시기였다. 연애를 하면 감정적으로 변한 내 모습에 깜짝깜짝 놀랄 때도 있었다. 연애를 하며 비로소 나를 알게 된 것이다.
지금의 남편, 평생 ‘내 남자’
그러던 어느 날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연애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보니 스물다섯 살이 되었다. 남편은 평소 학교 선후배로 ‘알고’만 지냈던 후배였는데 나의 잘 지내냐는 연락 한 번으로 지금의 남편이 될 줄이야. 우리는 4년 반의 연애 기간을 거쳐 지금은 3년 차 신혼 생활을 즐기는 부부가 되었다. 그렇다. 가장 크게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의 남편, 평생 ‘내 남자’를 찾은 것이다.
아니 무슨 남자 잘 만난 게 성공이라고 말하는 거냐고, 취집 한 거냐고 오해할 수 있지만 그런 뜻은 절대 아니다. 기껏 남자를 만나봤자 길게 사귀면 1년이라 웬만한 남자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내가 4년 반의 장기 연애를 할 수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더불어 20대 끝자락에 결혼까지 했던 것은 20대 내 인생의 가장 큰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주변에서는 내가 이 남자, 저 남자 하도 만나고 다녀서 결혼도 늦게 할 거라고 다들 예상했는데(확신했는데)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내가 가장 결혼을 빨리 한 케이스였다.
성공의 또 다른 이유 ‘꾸준함’
내가 내 남자 찾는 것을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꾸준함’이다. 20대 때 아니 열아홉 살 때부터 연애(빠른 생일로 친구들보다 학교에 1년 빨리 입학)를 쉬지 않고 꾸준히 했기 때문에 나와 맞는 내 남자를 찾을 수 있던 것이다. 한 사람만 오래 만나는 그런 꾸준함이 아니다. 물론 지금의 남편과는 장기 연애를 한 뒤 결혼까지 골인한 케이스지만 이전에 다수의 연애 경험이 부족했다면 남편이 내 남자라고 확신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연애를 지속적으로 하는 꾸준함이 나만의 데이터로 남아 이것 또한 나만의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었다. 책 <내 남자 찾는 36가지 기술>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남자를 만나기 전 썸 타는 과정부터 연애 초반, 중반, 결혼을 생각하기까지를 통틀어 나만의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책을 쓰며 느낀 것은 꾸준한 연애를 통해 사랑에 아파하며 여러 상처를 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남자들을 만나면서 그중에서 내 남자를 기어이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연애 지침서까지 만들어 낸 것이다. ‘내 남자’ 찾은 성공이 책까지 내는 쾌거를 맛본 것이다. 이게 성공이지 어떤 것이 성공일 수 있을까?
‘내 남자’ 찾은 성공을
‘내 일’ 찾는 성공으로
20대에는 무엇이 되겠다는 간절한 꿈은 없었다. 그저 본능적으로 ‘사랑’을 생각하며 남자들을 만났고 어쩌면 나만의 사람을 찾는 게 20대 간절한 꿈인 것으로 보인다. 내 남자는 찾았다. 남들은 20대에 자기의 업을 찾기 위해 하던 것을 나는 이제 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나의 업을 찾는 과정이 내 남자와 만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남자를 경험해봤듯이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해보는 것이다. 사람도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것처럼, 일도 직접 해봐야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할 수 있는 일인지 아는 것 아닌가? 아무리 첫눈에 그 남자에게 반해 연애를 시작하더라도 그 남자가 나와 맞지 않으면 오래갈 수 없듯이 일도 마찬가지다. 무작정 내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내가 좋다고만 해서 매달릴 문제가 아니다. 몇 번은 부딪쳐서 알 수 있도록 기회를 스스로에게 여러 번 줘야 한다.
좋아하는 일만 고집하지 말고 오히려 지금 하고 있는 거나 잘하라며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당장은 현실적인 조언이다. 하지만 좀 더 먼 미래를 생각하면 난 반대한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은 분명 있다. 다만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지 않아 못 찾은 것뿐이다. 우선은 좋아하는 일을 찾자. 그리고 그 일을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지,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좋아하는 일을 노력해서 진짜 나의 일로 만들 수 있는지 경험해 보고 고민해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중간하게 좋아하고 노력도 어중간이면 절대 안 된다. 사람도 어중간하게 좋아하면 어차피 오래 못 간다.
내가 좋아하면서 나와 잘 맞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꼭 찾을 것이다. 내가 지금 나만의 일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고군분투하는 이유다.
내 남자 찾는 것도 결실 맺기까지 10년 정도 걸렸으니 앞으로 10년 뒤면 나의 ‘업’을 찾아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번 내 남자 찾는 성공을 경험했으므로 나의 일을 찾는 것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내 남자 찾는 꾸준함을 성공으로 이끈 것처럼 지금 내 꿈을 찾으며 해야 할 것들을 열심히 할 것이다.
* 위 질문은 김애리 작가님의 책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