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찾아 회사를 퇴사한다는 것

by 김다인

20대 중반,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처럼 좋은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처음 입사한 곳이 원하던 기업이 아니었지만 여기서 경력을 쌓기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열심히 일을 배웠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걸까? 입사 1년 차에 권태로움을 느끼고 불평불만이 커서 퇴사를 하고 바로 이직을 했다. 끝이 아니다. 이러기를 네 번.. 경력은 총 6년인데 다섯 군데의 직장을 다녔다. 다녔던 직장 수와 경력을 보면 평균 1년을 다닌 셈이다. (지금 보니 이직의 달인이었네)



이직하면서 매번 나에게 물었다. '나는 대체 무엇을 좋아할까?' 이직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에 갈망이 점점 커졌다. 그럴 때마다 그 일은 무어라 단정 짓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을 반드시 찾아야겠다는 생각은 분명했다.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거야'라는 생각을 할수록, 하고 있는 직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더욱 명백해졌다.


4년제 수도권 대학교에서 회계 세무학을 전공하고 기업 재무팀에서 주로 일했다. 숫자에 자신 있다고 자부했는데 (이과 출신, 공대 입학, 회계세무학 전과) 막상 일을 해보니 재미없었다. 경력이 쌓일수록 수에 대한 감각이 떨어진다는 걸 깨달았고 나의 일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은 확신으로 바뀌어 갔고 늘 껍데기만 회사에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적성에 맞는 부분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기안을 작성하는 일이었다. 회계팀이라 작성하는 기안이 많았고 그 안에서 글을 쓰는 게 즐거웠다. 기안에서도 숫자는 늘 존재했지만 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작성한 기안을 몇 번이고 읽으면서 '이 정도면 문맥과 논리에 맞게 잘 쓴 건가?' 반복하며 수정하는 게 즐거웠다.

또 하나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었다. 기업 재무팀은 회사 소통의 주요 부서일 수밖에 없다.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돈 순환의 핵심 부서기 때문에 직원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게다가 ERP 시스템에 관해 개발팀과 전산팀과의 소통도 많아서 거의 전 직원과 안면이 있고 내 얼굴을 모르더라도 내 목소리와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회사 내부에서 팀과 함께 일을 처리하는 것도 좋았지만 타 부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대화하는 게 즐거웠다. 이러한 즐거움은 내가 6년간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이유였고, 그중에서 2년 8개월 다닌 회사가 직원들과 가장 소통이 활발했던 회사였다.


좋았던 점은 좋았던 거고, 나는 늘 진짜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특히나 나는 좋고 싫음이 분명하여 좋아하는 일을 해야 최고의 몰입과 시너지가 발생하는 사람이란 걸 직장 생활을 통해 알았다. 회사를 옮겨 다닐수록 좋아하는 일을 찾으며 노력했지만 찾는 과정만으로는 자신이 없었다. '나'를 향한 불신이 컸다.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는데?'

'그건 돈벌이가 되는 거야?'


라며 나를 헐뜯고 끝없이 의심했다.


기안 쓰는 걸 좋아하는 걸 깨달은 뒤로 직장 다니면서 취미로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고 그곳에서 더 큰 희열과 만족감을 얻었다. 이후 책을 출간하고 싶어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될까 말까? 고민은 없었다. 그냥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썼다. 회사 다니면서 회사에서 느끼지 못한 만족감을 출근 전과 퇴근 후에 무한정 느꼈다. 대략 90 페이지의 원고를 완성했고 출판사와 계약을 했다. 정식 작가가 된 건 아니지만 좋아하는 일 하나는 찾은 느낌이었다. 이게 나의 업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겨 회사를 관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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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내게 무모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나는 좋아하는 일, 만족을 주는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다섯 군데의 직장을 이직하는 걸 보면 느껴지지 않는가?

처음에는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글쓰기 모임에서 좋아하는 걸 발견하고 이후 책을 쓰며 몰입을 경험했다. 좋아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내가 업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나만의 일을 찾기로 결심했다.


지금도 솔직히 무어라 말할 수 있는 직업은 없다. 퇴사한 지는 1년이 다 되어 가고, 아직도 찾는 중이다. 그래도 점점 범위를 축소해 가고 있고, 내가 가진 능력을 앞으로 어떻게 융합하며 쓸 수 있는지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20대는 좋아하는 일에 대한 결핍과 현업에 대한 불만을 달고 살았다. 결핍과 불만을 불평만 하지 않고 결핍을 채우려고, 불만을 만족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지금까지 수행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삶이 되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좋아하는 일'로 가득 채워 가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