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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Dec 08. 2021

글쓰기 초심에 다시 불을 붙인다

글쓰기 초심의 마음으로 


나의 글쓰기 첫 시작은 2018년의 어느 봄 글쓰기 모임에서다. 모임명이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나를 만나는 시간'과 비슷한 뉘앙스였다. 기업 재무회계팀에서 일하던 나는 기안을 작성할 때마다 써 내려가는 문장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는 걸 보고 글에 관심이 많은 걸 알게 되었다. 한번 써보고는 싶은데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 모임부터 검색했다. 대학 때 독서모임을 했던 경험으로 봐서는 왠지 글 쓰는 모임도 있을 것 같았다.


네이버 검색창에 '글쓰기'라고 검색했더니 '나를 만나는 시간'이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글을 쓰는 행위가 나를 만나는 행위라고 표현한 게 내 마음을 움직였다. 바로 그 모임에 참여했다.

모임에서는 한 달 동안 에세이 한 편을 썼다. 마지막 주에는 합평이 있었는데 합평을 위해 글을 고치고 또 고쳤다. 그 과정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내가 쓴 글을 보고 또 보고, 소리 내어 읽고 또 읽는 행위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글을 잘 써서 계속 봤던 건 아니었고 힘들었던 회사 생활에 대한 글이어서 읽을수록 내가 쓴 글임에도 불구하고 위로가 되었다. 자가치유가 이런 건가 싶었다. 이때 글은 치유와 힐링의 힘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 모임이 끝난 뒤로는 꽤 바빴다. 일단은 잘 마무리했다는 것에 만족했다. 좋았지만 글을 쓰며 삶의 일부를 변화시킬 만큼은 와닿지 않았다. 결혼을 앞둔 시점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결혼 준비에 바빴고 결혼 후에는 세무사 시험과 직장 생활을 하느라 글을 좋아했던, 글로부터 치유받았던 사실을 아예 잊고 살았다. 2년이 흐르고서야 힘든 시기가 또다시 찾아왔다. 그때 내가 찾은 건 술이 아니라 글이었다. 치유받았던 그 순간이 생각나서일 것이다.

2년 전 그때처럼 글쓰기 모임을 검색했다. 전에 했던 모임을 찾아볼까도 했는데 2년 넘게 흘러서 다시 찾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한 달 과정보다는 좀 더 긴 루틴의 모임에 참석하고 싶어서 새로운 모임을 찾아 나섰다.


한참 검색하다 보니 '책 쓰기' 아카데미가 눈에 들어왔다. '책? 책을 써봐도 좋을까?'라는 의문을 품은 채 책을 쓴 사람들의 후기를 읽고 나서 '나도 쓸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책이라면 글을 한동안 원 없이 쓸 수 있을 것 같아 그날로 바로 책 쓰기 아카데미에 문을 두드렸다.

그때 그 문을 두드렸던 게 30년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기획하는 법, 목차 뽑아내는 법, 원고 쓰는 법, 투고하는 법 등 출판의 전반적인 것을 배워나갔고 원고의 기틀을 잡아 대략 6개월 뒤 나의 첫 책 <내 남자 찾는 36가지 기술>이 세상에 나왔다. (책 쓰는 과정에 대해서는 간략히 언급했지만 큰마음과 하루를 잡고 쓸 예정이다)


이후 책은 나왔는데 나온 건 나온 거고... 요새 글을 쓰는 데 있어서 예전만큼의 초심을 잃은 것 같다. 매일 글을 쓰긴 해도 쓰는 행위에만 집중하고 '잘' 쓰고 싶은 초심의 마음이 많이 멀어진 것은 확실했다.

원고를 쓸 때만 해도 작년 이맘때였다. 글 쓰는 법, 책 쓰는 법의 기술서를 손에 잡히는 대로 읽어 삼켰다. 열정은 뜨거웠고 당장 무엇이라도 쓰고 싶은 심경이었다. 지금 이렇게 '초심'을 운운하며 반성할 때와는 전혀 다르다. 고작 1년뿐인데 말이다.


어제 한 이웃님의 블로그에 올라온 서평을 보고 '아차' 싶었다. 글 잘 쓰는 법에 관한 책이었는데 또 다른 서평들을 보니 전부 글 쓰는 법, 매력적인 문장 쓰는 법, 책 쓰는 법 등 모두 글에 관한 기술 책의 서평으로 블로그가 도배되어 있었다. 글에 관한 열정이 순간 부러웠고 질투가 났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매일 글을 쓰고는 있지만 더 잘 쓰기 위한 노력을 내가 하고 있지 않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작년의 열정이 온데간데없이 사그라든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책 한 권 냈다고 나름 어깨에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그렇다면 어깨에 힘을 쫙 빼고 마음을 내려놓으며 초심으로 돌아갈 때이다.


손에 잡히는 대로 읽은 글쓰기와 책 쓰기에 관한 책 + 출간 도서 <내 남자 찾는 36가지 기술>


첫 책의 원고를 쓴 지 딱 1년이 되었다. 퇴근 후 밤 시간과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새벽에 소 목차 하나하나씩 미션을 수행하듯 써 내려갔던 열정이 오늘은 유독 그립다.

지금도 물론 글 쓰는 일을 정말로 사랑한다. 사랑해서 권태기가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 권태기라고 말하고 싶다. 경험상 권태기는 노력으로 극복 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다시 열정을 되살릴 것이다. 초심자의 입문의 마음으로 글을 써 가며 수정하고, 글에 관한 방법을 수집하며 나만의 색깔이 묻어 나오는 글을 평생 쓸 것이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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