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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인 Dec 27. 2021

작가 고군분투기, 새로 쓸 원고에 대해서

원고 기획만 벌써 세 번째입니다

1년에 책 한 권씩 내는 작가가 되겠다고 매일 아침 긍정 확언을 한다. 2021년에 한 권을 냈으니, 2022년에도 한 권을 내야 한다. 2020년 9월부터 원고를 준비하여 2021년 3월에 책이 나왔다. 꼬박 6개월이 걸린 셈이다. 어떤 내용을 쓸 것인지, 목차를 짜는데 한 달 정도 소요됐다. 초고 쓰는 기간은 주말에는 한 꼭지씩 썼고 평일에는 이틀에 한 편씩 써서 2개월이 걸렸다. 나머지 3개월은 편집자와 줄곧 수정하는 단계를 거쳐서 교보문고 매대에 진열되는 기쁨을 맞았다.



졸린 눈을 비벼가며 새벽부터 출근 준비 전까지 원고 쓰는 데 몰두했다. 사람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이 자연스레 된다고 하는데 나도 이때 알았던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이 글 쓰는 일이라는 것을, 더 나아가 내 글이 누군가에게 공감 또는 위로가 되어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 말이다. 그 짜릿한 몰입감을 잊을 수가 없다. 한 꼭지 완성시키는 일이 교보문고에 책이 진열되었을 때보다, 출판 계약을 할 때보다 더 기분 좋고 성취감을 느꼈다.

그렇다고 글 쓰는 실력과 몰입감이 비례하는 건 아니다. 그저 쓰는 일이 좋고 내 이야기로 글이 완성되는 게 좋았다. 실력은 쓰다 보면 나아질 거라고 믿기에 필력에 너무 신경 쓰지는 않았다. 계속 읽다 보면 어색한 곳, 말 안 되는 곳이 육안으로 보여 몇 번의 수정을 거치면 글이 좋게 바뀐다는 것을 알기에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다.


작년에 책을 냈던 시기와 비슷하게 9월부터 2022년에 출간할 책의 원고 기획을 했다. 기획하다 보니 두 편 정도가 나왔는데 실은 둘 다 쓰다 만 상태다. 우선 한 편은 결혼한 지 만 3년이 넘은지라 우리 부부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조만간 자녀 계획이 있는데 아기가 태어나면 부부 생활의 판도가 바뀔 것이 예상이 되어 그전에 쓰면 좋을 것 같았다. 꼭지도 제법 재밌게 구성해서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남편이었다. 서문을 쓰고 첫 번째 큰 목차의 꼭지를 거의 써 가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 부부가 주인공인지라 남편에게 미리 동의를 구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대략 콘셉트만 이야기했을 때는 동의하는 분위기여서 초고를 시작했지만 몇몇 소목차를 보여 주고 나서 남편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아무래도 신혼이고 부딪치는 성향에 대한 나의 불만이 담긴 글이 있어 남편에게 좋은 내용은 아닐 것이다. 그 부분을 예술로 받아주면 좋겠지만 막상 읽어보니 우리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표현된 부분 때문에 거기에서 난색을 표했다. 글에도 기승전결이 있듯이 목차도 기승전결이 있어 뒤로 갈수록 사랑이 넘치는 고마운 남편으로 표현할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설득을 해 봤지만 통하질 않았다. 아직까지는 그가 마음을 열지 못했기 때문에 이 원고는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 쓸 콘셉트가 확실해서 앞으로 차차 설득할 예정이다. 이참에 다 쓰고 나서 재밌는 이야기가 될 거라며 한꺼번에 보여줘야겠다.


두 번째 원고 기획은 <내 남자 찾는 36가지 기술>의 후속 편이다. 연애 작가로 데뷔했지만 한 권의 연애 기술서라는 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 출간 후 다시 읽어보니 좀 더 상세하게 쓰였으면 하는 기술들이 몇몇 있었고, 추가하고 싶은 내용도 많았다. 또한 기존 책이 친한 언니가 사이다처럼 이야기하는 뉘앙스로 썼는데 좀 더 센 버전이면 좋겠다 싶었다. 이러한 요소들을 반영해 이전 책에서 하지 못했던 말들로 단숨에 목차를 완성했다. 하지만 막상 첫 번째 큰 목차 6개 꼭지를 완성하고 보니 이미 이전에 썼던 책의 내용과 겹치는 부분들이 중간중간 튀어나와서 이전 책과 너무 비슷하게 가는 게 아닌가라는 고민이 생겼다. 좀 더 업그레이드되거나 새로운 부분이 있으면 하는 욕심에 잠시 중단한 상태이다. 두 번째 책을 연애와 결혼에 관한 내용을 쓴다면 연애 작가로서 자리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다. 막상 비슷한 계열로 한 권을 더 내려고 하니 처음보다는 좋아야 할 텐데라는 부담도 한몫 작용한 것 같다.



그렇게 원고 기획과 몇 개의 꼭지를 쓰다가 3개월이 지났다. 2022년에는 긴 호흡으로 원고를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두 번의 원고 기획이 순탄치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세 번째 원고를 기획하려고 한다. 앞선 두 원고는 시간과 설득의 노력이 필요하기에 잠시 내려놓았다. 그 이야기 말고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궁무진해서 지금 당장 쓰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언젠가 이 아이들도 세상에 빛을 볼 수 있도록 만들 테니까 말이다.


말 나온 김에 세 번째 기획을 말해보겠다. 6년 동안 다섯 군데의 회사를 다녔다. 1년에 한 번씩은 퇴사를 한 셈인데 그만큼 이직도 잘 해냈다. 주변에서는 나를 이직의 왕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퇴사하고 마음먹은 대로 척척 이직했다. 그렇다면 이직의 기술을 쓰면 될까? 그건 아니다.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는 나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 기획은 윤지비 작가 책 <버티다 버티다 힘들면 놓아도 된다>를 보고 떠올랐다. 이 책을 읽고 내가 퇴사를 강행했던 이유가 우울증의 전조증상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윤지비 작가는 회사에서 버티는 힘듦에 관한 내용, 이를 극복하는 과정과 결국 퇴사 후 행복하게 자기 일을 하고 있는 이야기를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나의 경우 힘들면 퇴사하고, 이직하고 또 퇴사하고, 이직하고를 네 번 정도 반복하여 지금은 내 일을 하고 있는 중이다. 성향이 맞지 않은 상사와 만나 힘들었던 회사 생활과, 퇴사와 이직 분투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꿈을 찾는 이야기로 세 번째 책의 기획을 대략적으로 완성했다.


이번 기획도 쓰다 말 이유가 생기면 안 될 텐데..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 많은 분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할 수 있는 책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다.

오늘도 쓰다 보니 2022년 계획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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