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인 Jan 26. 2022

5년 전에 바꾼 이름이 이제야 바뀌었다

서로 일을 떠넘기는 금융사들 때문에 나만의 대책을 강구했다

오늘은 속이 뻥 뚫리는 하루의 시작이다. 지난주 한국신용정보원에서 개명 전 이름으로 본인 신용 정보 조회서가 발급되어 카드사와 한국신용정보원 사이에서 통화하느라 진절머리가 났다. 그렇다고 일이 해결된 것도 아니어서 며칠 동안 골머리를 세차게 앓았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크레딧포유(한국신용정보원 개인 신용 사이트)에 들어가서 개인신용 정보 조회서를 클릭해 보니 이름이 바뀌어 있던 것이었다. 분명 내 이름인데도 믿기지 않아 한참을 뚫어지게 보았다. 한 주 동안 스트레스가 컸는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처음 시작은 12월이었으니 한 달 묵은 체증이 가라앉아 버렸다. 너무 기쁜 나머지 소리를 치며 안방으로 달려가 자고 있는 남편에게 이 기쁜 소식을 알렸다.


"자기야 나 이름이 바뀌었어!!!"


5년 전 개명한 이름이 이제 바뀌었다고 어린아이처럼 나도 모르게 뛸 듯이 좋아했다. 비몽사몽인 남편은 나의 큰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했을 것이다. 사태 파악한 남편도 드디어 좋아했다. 실은 남편이 배우자 신용 정보 조회서가 필요했는데 개명 전 이름으로는 접수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괜히 개명을 해서 일어난 해프닝 같아 남편 하는 일에 방해가 될까 봐 노심초사였는데 정말 다행이다.


본래는 본인 신용 정보 조회서에 개명 전 이름과 함께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신용카드사가 기재되어 있었다. 개명 전 이름을 개명 후 이름으로 바꾸는 게 주요 관건이었다. 그래서 기재되어 있는 카드사가 내 인적정보를 바꿔 주어야 했는데(한국신용정보원 요청) 카드사에서는 자기네가 바꿀 게 없다는 답변만 앵무새 A처럼 반복했다. 반대로 한국신용정보원에서는 기재되어 있는 카드사가 아니면 바꿀 방법이 없다고 앵무새 B 마냥 반복했다. 두 마리 앵무새 때문에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머리를 굴려보다가 떠오른 방법이 있었다.


어차피 조회서에 그 카드사만 적혀 있으니 신용카드를 해지하면 한국신용정보원도 더는 어쩔 수 없을 것 같았다. 한쪽을 제거하면 일을 떠넘길 구실이 없을 테니 말이다. 과감하게 현대카드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하나뿐인 나의 신용카드를 해지해 버렸다. 당장은 카드가 없어 불편할지라도 왠지 속은 다 후련했다. 이제 양쪽이 아닌 한쪽에서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되리라.


카드를 해지하고 난 뒤 이틀이 지난 오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이트에 접속하여 조회 버튼을 눌렀다. 이름이 바뀔 것에 대한 기대는 추호도 하지 않았다. 그저 카드사만이라도 기록이 없어지길 간절하게 마음속으로 빌었는데 현대카드 이름도 사라지고 내 이름도 바뀌어 있는 게 아닌가? 카드를 해지하면서 나의 금융 정보가 변동되어 이름도 자동으로 업데이트된 걸까? 진작에 이 방법을 적용해 볼 걸 싶다가도 방법을 스스로 떠올린 게 자랑스러웠다. 오죽 기쁘면 자화자찬을 하겠느냐 말이다.


역시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 나온 다는 말이 딱이다. 방법이 없을 것 같은데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뭐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어깨가 으쓱대는 생각도 해본다. 기쁜 마음을 얼른 글로 남기고 싶어 호다닥 쓰고 있는 중이다.

5년 전에 바꾼 이름을 이제 바뀌었다고 좋아한다. 혹시나 개명하거나 개명하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개인신용 정보 조회서에 본인 이름은 바꾸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므로 미리미리 대비를 해 놓는 게 좋을 것 같다.


행복은 꼭 좋은 일이 있어야 행복이 아니다.

이렇게 불편한 일이 해소되는 것도 행복한 일임을 느끼는 지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틀 만에 제주 올레길 걷기를 포기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