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는 스텝과 펀치로 결정된다
콜로세움은 하루 만에 문을 닫았지만 형준에겐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처럼 정연이랑 단둘이 있는 시간이 더 소중했다.
“자! 오늘은 때리는 거 말고 피하는 거야. 슬립, 위빙.
상대가 주먹을 날렸을 때 머리로 피하는 기술이지.”
정연은 팔짱을 끼고 투덜댔다.
“이젠 나 때릴라고?”
형준은 웃으며 말한다.
“아니~ 이건 기술이야!! 궁금하면 날 때려봐!!”
“진짜 때려도 돼?”
“맘껏 때려.”
정연은 씩 웃으며 훅을 날렸다.
형준은 가볍게 슬립으로 피했다.
“봤지? 이렇게 머리만 살짝… 좌~ 우~
스텝은 리듬 타듯이. 발은 리드미컬하게!”
정연은 눈썹을 찌푸리며 따라 해 봤지만 어딘가 어색했다.
형준이 뒤에서 다가와 어깨를 살짝 잡고, 자세를 교정해 준다.
“지금 잘 가르쳐야 나중에 안 맞고 다니지 우리 이쁜이.”
정연은 얼굴이 붉어졌지만 애써 무표정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때였다.
문득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어이, 거기. 나도 돈만 주면 힘 한번 써볼 수 있는 건가?”
형준은 정연을 바라보던 꿀 떨어지는 눈빛에서
단박에 싸늘한 얼음 눈빛으로 돌변했다.
“… 이미 문은 닫았지만 가능하지. 누구한테 힘을 쓸라고, 빨갱이?”
정연은 “빨갱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반사적으로 리버샷을 날렸다.
하지만 형준은 이번엔 스텝으로 슬쩍 피하더니 정연의 귀에 바람을 후~ 불었다.
“아까는 생각도 못하다가 맞은 거고~ 이번엔 안 맞지롱~”
정연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주먹을 휘두르며 외친다.
“너 진짜 죽는다!!”
신혁은 피식 웃으며 형준에게 다가왔다.
“바로 너다. 너한테 힘을 좀 써서,
학급 동무보다 자본주의에 더 찌든 네놈 정신을 고쳐야겠다.”
형준은 크게 웃으며 대답한다.
“돈 안 받고 써줄게. 4시까지. 장소는 알지?”
어제 그 룰 그대로. 박치기, 깨물기, 싸커킥, 머리채 금지지?”
“좋다. 4시에 보자.”
그리고 학교엔 소문이 번개처럼 퍼졌다.
‘신혁과 형준이 붙는단다!’
‘콜로세움 다시 연다!’
우덕은 다시 화이트보드를 꺼냈다.
“자자자~ 배팅 마감합니다~ 현재 형준 1.8배, 신혁 2.1배~”
규만은 간식 수레를 밀며 말한다.
“컵라면이랑 젤리 세트! 쫀드기에 오징어도 있어요~”
그때, 민지는 부탄가스 레인지에 오징어를 굽고 있던 규만의 귀를 집게로 덜컥 잡는다.
“내가 하지 말랬지!!! 왜 말을 안 듣는 거야!!
정말 나보다 소중한 게 돈이야?!”
규만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 물론 아니지… 근데 그 돈으로 너 간식 사주려고 했는데…”
지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학교가 이젠 아예 제대로 싸움판이 되는구나…
정연아, 걱정되지? 혹시라도 다치면 어떡해…”
정연은 머리를 감싸며 중얼거렸다.
“맞고 오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이기고 오면… 머리가 더 아프겠지…
또 북한이면 진짜 싫어하는데… 얼마나 두들겨 팰라나… 걱정이다.”
그리고, 오후 4시.
콜로세움은 다시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