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놈들은 왜놈 앞잡이로 기억될 것이다
"대한독립 만세!"
의열단이 외친 함성은 찢어지는 총성과 함께 갈라졌다.
그들의 손엔 이미 권총과 단검이 들려 있었고, 곧장 달려든 순사들과 엉켜 격렬한 난투극이 벌어졌다.
"죽이면 안 돼!! 산 채로 잡아야 해!!!"
우덕의 외침이 허공을 가르며 퍼졌다.
형준은 칸나를 뒤로 돌아보며 조용히 말했다.
“아가씨,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다른 사람은 다 남기고 저 혼자 나갑니다. 걱정 마세요.”
칸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형준은 그제야 허리춤의 일본도를 뽑아 들고 혼자 뛰어들었다.
의열단과 순사들의 싸움 사이로, 형준은 거침없이 칼을 휘둘렀다. 사람을 향한 칼질은 차가웠고, 눈빛은 더 차가웠다.
성곤은 거리 한쪽에서 셔터를 연신 누르며 현장을 기록했다.
“기사를 써야 한다!! 기사를!!”
조선 상인들은 의열단을 지키기 위해 나선다.
그러나 순사들과 형준은 상인들에게도 자비가 없었다. 총구는 거리낌 없이 향했고, 칼날은 상인들의 팔다리를 사정없이 잘랐다.
결국 의열단 중 두 명은 총에 맞아 즉사했다.
남은 한 명이 도망치자 우덕이 조준 사격으로 다리를 꿰뚫었고, 형준은 그를 따라잡아 그대로 다리 힘줄을 그어 일어서지 못하게 만들었다.
비틀거리며 쓰러진 의열단원은 피범벅 속에서도 웃었다.
“네놈들이 아무리 발악해도, 네놈들은 결국 조선 놈이야. 조선 독립은 반드시 온다.
그날이 오면, 후손들은 우리를 영웅이라 부를 것이다. 너희는 왜놈 앞잡이로 기억되겠지...”
그 말에 형준은 표정을 굳히며 그를 억지로 일으켜 세워 우덕에게 넘기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의열단원은 혀를 깨물었다.
피가 입가에서 솟았다. 그는 단 한 번의 경련만 남기고 쓰러졌다.
"안 돼!!!"
우덕이 분노하며 포효했다. 형준은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준비된 행사장은 혼돈 그 자체가 되었고, 현장은 조용히 정리됐다.
우덕은 경찰서로 돌아오자마자 난장판이 되었다.
경부에게 뺨을 맞았고, 경시청 고위 간부들이 모인 회의실에서 카즈야 회장은 눈을 부라리며 형준과 우덕에게 소리쳤다.
"서로 친한 친구고, 일처리도 잘한다 해서 믿었거늘... 이게 뭐야!! 칸나도, 나루미도 무사해서 다행인 줄이나 알아!!
못난 놈들 같으니!! 꼴도 보기 싫으니 둘 다 나가!!"
경찰서 밖에서 고개를 숙인 형준에게 칸나는 조용히 옆에 다가왔다.
“지켜줘서 고마워. 너 덕분에 하나도 다치지 않았어.”
그러고는 봉투 하나를 형준에게 건넸다.
“이걸로 너희도 한잔해. 그 경보부 친구도 좀 달래주고. 오늘 같은 날은 술이 간절할 테니까.”
봉투 안엔 100엔이 들어 있었다.
그 시절, 고급 안주에 맥주를 100병은 마실 수 있는 거금이었다.
형준은 자신의 부하 중 몇 명을 데리고 단골 가게로 향했다.
물론 오늘 회식 분위기는 아니다.
뒤늦게 우덕도 고개를 푹 숙인 채 그곳으로 향했다.
가게 안에서는 성곤이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속은 시원한데... 마음이 또 그렇지도 않네... 결국은 다 그렇게 떠나버렸으니..."
형준은 가게 앞에서 우덕과 마주쳤다.
둘은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 형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너도 많이 깨졌지? 한잔하자. 여긴 내 부하들이야.
아가씨가 100엔이나 주셨어. 죽어라 마시고 오늘 일은 잊어버리자. 가자.”
우덕은 울컥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시불... 나도 제국 경찰 때려치우고 너랑 같이 일할까... 서러워 죽겠네...”
형준은 우덕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오늘 같은 날은 말이 필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