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기가 찢어졌다

우린 조선 의열단이다!

by 동룡

1933년 8월 29일, 경성.
한일합병 23주년 기념식 당일.
조선총독부 앞 광장은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가짜 환호성.
가짜 깃발.
그리고 가짜 웃음들.

하지만 그날,
누군가는 진심으로 웃고 있었다.


규만은 활짝 웃으며 주방에 섰다.

칼질은 경쾌했고,
사시미의 숙성은 완벽했고,
양념은 정갈했다.

“오늘 저녁은 우덕 쪽 제국경찰 단체 회식,
그리고 형준 쪽 사무라이 부대도 예약.

대목이다, 대목.”

재료 손질을 마친 그는
붉은 생강을 곁들인 접시를 정리하며 중얼거렸다.

“나라 잃은 땅에서,
이렇게 장사가 잘 되다니… 참 묘하지.”

그 시각, 거리 한복판.

“이놈들아, 행사에 방해되니까 당장 걷어!!”

우덕이 호루라기를 불며 좌판을 걷어찼다.
고구마가 쏟아지고, 계란이 깨지고, 사람들이 울었다.

“저놈을 먼저 잡아가야지… 왜놈 앞잡이가 제일 나빠…”


골목 상인들의 울음 앞에서
경찰 제복은 냉정했다.

그 순간,
검은 자동차 세 대가 광장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고,
카즈야 회장이 내렸다.
그 뒤로 칸나,
그리고 7살짜리 막내아들 나루미.

“고생 많구먼, 우덕 경보부.”

우덕은 회장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칸나에게 말을 건다.
“칸나 아가씨…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칸나는 고개를 숙이며 미소를 지었다.
뒤에서 형준이 다가온다.


“이전에 말씀드린 같은 동네 친구입니다. 꽤 믿을 만한 친구죠. 불량선인을 한 번에 10명이나 잡아 경보부를 달았다는 그 친구입니다.

“오, 친구끼리 아주 보기 좋네. 자네만큼 능력이 출중하구먼.”


카즈야가 껄껄 웃었다.

그때, 꼬마 나루미가 물었다.

“아저씨, 오늘 무슨 날이에요?”

우덕이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우리 대일본제국의 역사적인 날이란다.”

형준이 덧붙였다.

“위대한 천황폐하께서
불쌍한 조선인들을 잘 살게 해 주기 시작한 날이야.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것도 다 폐하 덕분이지.”

그 말이 끝나자마자,
군중 뒤편에서 이를 가는 사람이 있었다.


성곤은 이를 갈며 말했다.

“역사적인 날이지... 나라를 빼앗긴 치욕의 날.

잘 살게 도와줘? 수많은 독립군이 피를 흘리고,
수많은 조선인들이 울고 있는데...
그런 소리가 나와?”

그는 멀찍이 서서
행사장을 둘러봤다.

“매국노들 다 모였구먼… 아주 둘째가라면 서럽겠다.”


형준이 낮게 말했다.

“특이사항 있어?
정보 있으면 공유하자.
일 터지면 우리 둘 다 피곤해진다고.
카즈야 사무라이들, 실력은 보장해.”

우덕도 낮게 말했다.

“폭탄 터진단 소문 있어서 바짝 긴장 중이야.
조심하자, 진짜.”

광장 중심으로 조선총독이 등장했다.
연단 위에서 그는
군중을 향해 팔을 벌리며 말했다.

“조선의 쌀이 일본으로 간 것은

양국이 하나 되었기에 가능한 결실입니다.
자, 모두 함께”

“덴노 헤이카 반자이!!”


사람들이 동시에 외쳤다.
반! 자이! 반! 자이! 반! 자이!

성곤은 팔만 들었다.
입은 닫았다.
따라 하긴 싫지만 안 하면 괜히 피곤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우린 조선 의열단이다!!
네놈들을 응징하러 왔다!!”

고막을 찢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릴 틈도 없이,
단상 위로
다이너마이트가 날아들었다.

폭발음과 함께 하늘이 무너졌다.

불꽃과 흙먼지가 뒤섞였다.
아이들이 울고, 기념식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그때, 큰 외침이 들린다.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성곤은 카메라를 꺼냈다.
잔뜩 말라붙은 손으로
셔터를 눌렀다.

찰칵.

눈물이 맺혔지만,
셔터는 멈추지 않았다.

찰칵. 찰칵. 찰칵.


“기록해야 한다… 이게 진짜 조선이다.”

그날, 성곤의 카메라는 조선을 향해 입을 열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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