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없고, 돈 없고, 힘없는 자들

빈 껍데기에 속지 마라

by 동룡

칸나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미소 지었다.

“이런 훌륭한 실력에, 이런 낡은 가게를 운영하다니… 말도 안 돼요.”

형준이 거들었다.

“규만에겐 혼마찌에서 큰 요릿집을 여는 꿈이 있죠.”

칸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제가 도와줄게요.

형준 씨, 가게 자리를 알아봐 주세요. 좋은 곳으로요.
이건 투자예요. 앞으로 우리 집안과 함께 해요, 규만 씨도요.
규만 씨는 가게로 돈을 벌고, 번 돈의 일부만 저에게 주면 돼요.
어때요, 괜찮지 않나요?”

규만의 눈이 커졌다. 입술이 떨렸고,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칸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식사, 너무 잘 먹었어요. 잔돈은 필요 없어요.”

그녀의 손에서 다시 100엔이 규만의 손바닥 위에 떨어졌다.

식당 문을 나서자, 바깥은 아수라장이었다.
신문을 내놓지 않고 버티는 상인들을 향해, 우덕이 순사들과 함께 가게를 뒤지고 있었다.
곤봉이 휘둘러지고, 사람들은 끌려 나왔다.

그때 한 상인이 칸나에게 달려들었다.

“너네 왜놈들 때문에!! 우리 조선 사람들 다 죽는다!!!”

형준은 주저하지 않았다.
칼날이 번쩍, 상인은 그대로 쓰러졌다.
품속에서 신문이 우르르 쏟아졌고, 그 뒤로 나루미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울부짖었다.

“할아버지!!!”

우덕이 코웃음을 쳤다.

“이 노인네가 신문을 다 쥐고 있었구먼. 시체는 적당히 치워.”

그는 순사들에게 시키고, 칸나에게는 정중히 인사했다.
그리고 형준을 보더니 말했다.

“어라? 맨날 광나게 닦고 목숨처럼 아끼던 칼, 어디다 팔고 바꿨냐? 되게 예쁘네.”

형준은 웃으며 칼을 들어 보였다.

“우리 훌륭한 아가씨께서 무려 5천 엔이나 쓰셔서 선물해 주셨지.
넌 직장 상사한테 뭘 받냐?”

우덕은 담배를 물며 씁쓸히 말했다.

“나는 훌륭한 직장 상사한테 아침부터 발길질을 받았다.
이 염병할 놈의 신문…”


그때 성곤이 뛰어왔다.
시체, 울음, 체포된 상인들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얘들아!!! 이게 또 뭔 짓이야!!! 죄 없는 사람들은 왜 다 잡아가고… 죽이기까지…
이 아이는 이제 어떻게 살라고!
그 칼은 또 뭐야! 엄청 비싸 보이네!! 조선 사람들은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감사한 세상인데… 제발 정신 좀 차려!”

형준은 울고 있는 아이를 내려다보며 무심히 말했다.

“사무라이가 돼라, 너도.
돈 없고, 힘없고, 나라까지 없으면 이렇게 되는 거야.
난 나라는 없어도 돈이랑 힘은 있거든.”

우덕은 성곤에게 한마디 던졌다.

“이 신문에 네가 연관 안 돼 있길 바란다.”

그는 순사들과 함께 차에 올랐다.
형준도 칼을 번쩍 들어 보이며 성곤에게 자랑했다.


“아가씨 선물이다.”

그리고 차를 타고 떠났다.

성곤은 남은 상인들과 함께 시장을 정리했다.
그리고 형준의 손에 죽은 할아버지를 부둥켜안고 우는 아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돈 없고, 힘없고, 나라까지 없어도… 독립에 대한 희망만 있으면 돼.
저렇게 살 필요는 없어. 그건 아무 의미 없는 빈 껍데기일 뿐이야.
아저씨 말… 알겠니?”

아이는 눈물에 젖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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