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웃고, 조선은 굶다

굶주린 땅 위에 핀 사쿠라의 웃음

by 동룡

다음 날 아침, 종로서는 뒤집혔다.
우덕은 서장의 발길질을 연달아 맞고, 순사들을 끌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오늘의 임무는 단 하나다. 신문 회수.
길바닥에 널린 신문은 물론이고, 조선 사람들이 품에 숨겨둔 것까지 모조리 빼앗았다.
물론 곤봉이 함께였다.

한편, 형준도 카즈야 회장에게 호되게 깨지고 있었다.
시장 상인에게 일본도를 휘두르는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실렸고,
기사 제목은 ‘조선 상인을 무참히 베는 카즈야의 조선인 사무라이’였다.

“이런 기사가 나면 조선 놈들이 더 반감 갖고 안 따를 거 아냐!
그럼 국방헌금은 어떻게 걷고, 대륙으로 가는 황군은 누가 지원하냐!!”

형준은 고개만 숙였다.


진탕 깨지고 나온 형준에게 나루미가 다가왔다.

“삼촌~ 국방헌금이 뭐예요?”

형준은 일부러 웃으며 답했다.

“중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갈 천황폐하의 황군을 위해 돈을 모으는 거지.
나루미 도련님은 안 해도 돼요. 훌륭한 회장님이 벌써 십만 엔이나 하셨으니까요.”

그때 칸나가 물었다.

“오늘은 밖에서 뭔가 먹고 싶은데… 잘 아는 요릿집 있어요?”

형준은 규만의 가게를 추천했다.
칸나는 백화점에 들렀다가 가겠다며 준비를 부탁했고, 형준은 부하 사무라이들을 불러 말했다.

“규만이에게 음식 준비 해달라 전하고 순사들 도와서 저 망할 신문 다 걷어.
그리고 누가 찍은 건지 찾아내서… 사지를 찢어버려.”

부하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갔다.


칸나의 방문 소식을 들은 규만은 곧장 시장으로 달려갔다.
이번에 실패하면 목숨이 위태롭다는 생각으로, 최고급 재료만 골랐다.
주방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백화점 쇼핑을 마친 칸나와 형준은 규만의 가게로 향하다가, 일본도 판매점 앞에서 차를 세웠다.
둘은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벽과 진열장에는 칼집의 무늬, 칼날의 결이 뚜렷한 일본도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 카타나는 정말 볼수록 아름다워요.” 칸나가 한 자루를 가리켰다.
“우아하면서도 장인의 숨결이 느껴져요. 형준 씨도 사무라이니 좋아하죠?”

형준의 시선은 이미 한 자루에 꽂혀 있었다.
흰색 칼집에 벚꽃 장식이 박혀 있었다.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한번 차 봐요. 어울리는지 볼게요.”

형준은 웃으며 칼을 뽑았다.
빛이 번쩍 스쳤고, 칸나는 감탄했다.

“정말 잘 어울려요.”

상인이 다가왔다.

“보는 눈이 대단하시네요. 가격은 5천 엔입니다.”

5천 엔... 쌀 500석에 가까운 돈이었다.
칸나는 주저 없이 계산을 마쳤다.

“선물이에요.”

형준은 잠시 말을 잃었다.

“제가 처음 가문에 왔을 때 주신 이 칼도 아무 이유 없이 주셨죠. 지금까지 쓰던 이 칼이요”

칸나는 미소 지었다.


“그 어리숙한 견습 사무라이가 이제는 날 가장 가까이서 지켜주잖아요.
칼도 바뀌어야죠.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사쿠라가 가득 피어 있었죠? 3월이었으니까.”

형준은 고개를 숙였다.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칼, 아가씨를 위해 쓰겠습니다.”

규만의 가게에 들어서자, 문이 터질 듯한 목소리가 울렸다.

“이랏샤이마세!!!”

형준은 웃으며 칸나에게 규만을 소개했다.

“제 또 다른 친구입니다.”

“오늘 식사 잘 부탁드려요.” 칸나가 웃었다.

형준은 규만에게 귀띔했다.


“혼마찌에 가게 낼 기회야. 잘 잡아.”

규만은 형준의 칼을 보고 물었다.

“칼 바꿨네? 엄청 아끼던 거였잖아. 그건 어쩌고?”

칸나가 덧붙였다.

“그 칼, 많이 아꼈군요?”

형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 선물이었으니까요. 당연히 애지중지 아끼죠.”

음식이 나오자, 규만은 다른 손님을 전부 거절했다.
그의 눈에는 오직 칸나만 있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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