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129화 계곡의 비명

누군가가 나서지 않으면...

by 동룡

형준은 졸음에 못 이겨 정연의 어깨에 기대 꿀잠을 자고 있었다.
버스가 목적지에 가까워질 무렵, 나래가 정연에게 조용히 말했다.

“착한 강아지 같지? 너 어깨에 기대 있는 애 말이야.
근데 걔, 강아지 아니야. 정말 무서운 애야…”

정연이 무슨 말을 하려는 찰나

“도착이다!!!”
우덕의 고함이 버스를 울렸다.

계곡에 도착하자 시원한 수박이 쪼개졌다.
물방울 튀는 소리, 웃음소리, 물장구 소리가 뒤섞이며 여름의 냄새를 채웠다.
형준은 능숙한 수영 실력으로 물살을 가르며 자유롭게 돌아다녔고,
성곤은 물 위에 둥둥 떠 명상이라도 하듯 눈을 감았다.


팀을 나눠 수중 배구를 즐기고,
함께 맛있는 것을 먹는 동안
나래와 예린이 보이지 않았다.

‘절대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경고판 앞.
그곳에 두 사람만 서 있었다.

나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의 거짓말로 모든 일이 시작됐어.
넌 다 알잖아? 나를 그렇게 심하게 때린 애들이 누군지도…”

예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모르겠는데? 심하게 맞았다더니 드디어 미쳤나 보네?
적당히 놀다가 가. 정연이가 착해서 그렇지,
너 같은 애는 애초에 끼지도 못했잖아.”

예린이 몸을 돌려 가려는 순간,
나래가 “다 너 때문이야!”라며 머리채를 잡았다.
예린은 “놔!” 하고 나래를 밀쳤다.


그 순간, 나래의 발이 경고판을 넘었다.
공중에서 비명이 터졌다.

“사람 살려!!!”
나래의 목소리가 계곡을 울렸다.
깊은 물은 그녀를 삼키듯, 잠겼다 떠오르기를 반복했다.

아이들이 놀란 표정으로 달려왔다.
어른들을 부르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태연이 외쳤다.
“너희들! 구할 수 있는 사람 없어?! 성곤은 수영 못해!”

우덕과 규만은 고개를 저었다.
“저런 깊은 데는 자신 없어…”
대용은 뒷걸음질 쳤다.
“다이빙해야 하는데… 높은 건 무서워…”

지수가 신혁에게 물었다.
“너 수영 못해?”


“산동네에서만 커서… 헤엄은 전혀…”


민지가 형준을 향해 낮게 말했다.
“가장 겁 없고 수영 잘하는 사람, 딱 한 명인데…
그 애가 과연 쟤를 구하러 갈까?”

모두의 시선이 형준에게 향했다.
형준은 그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계곡 쪽을 바라봤다.
햇빛에 번쩍이는 물결, 허공을 긁다 이내 사라지는 나래의 손짓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의 표정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마치, 지금 벌어지는 일이 자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형준은 하품을 한 번 하고, 팔짱을 낀 채 몸을 뒤로 젖혔다.

물살과 비명, 그리고 가쁜 숨소리만이 계곡에 메아리쳤다.
누군가가 나서지 않으면… 그 비명은 곧 사라질지도 몰랐다.

금요일 연재
이전 08화[인성초등학교] 128화 땀과 설렘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