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130화 구할 이유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어

by 동룡

태연과 지수는 형준 앞에 서서 애가 타는 목소리로 말했다.
“형준아, 제발! 네가 가야 해! 저러다 진짜 죽는다고!”

하지만 형준은 나무 그늘에 앉아 시원한 수박을 우적우적 씹으며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무심하게 대꾸했다.

“쟤랑 나랑 서로 싫어하는 거 몰라? 게다가 쟤네 엄마가 학교에 와서 뭘 했는지 다 봤잖아. 나랑 정연이한테 무슨 말과 행동을 했는지 잊었어? 내가 왜 쟤를 구해야 하는데? 내가 얻는 게 뭐지? 솔직히 말해서 저기 들어가려면 나도 목숨 걸어야 하는데, 쟤는 내 목숨 걸 만큼 소중한 존재가 아니야.”

민지는 그 말에 할 말을 잃었다.
너무 냉정했지만, 또 전혀 틀린 말만은 아니었기에 더 답답했다.
뭐라고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사이 나래는 점점 더 깊이 물살에 휘말리고 있었다.
물 위로 손이 올라왔다가 다시 곧바로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회오리처럼 도는 물이 그녀를 삼켜버릴 기세였다.

정연이 달려와서 형준을 향해 소리쳤다.
“구해야 할 이유 말해줄게! 난 용감하고 마음 넓은 사람이 좋아! 그러니까 속 좁은 소리 좀 하지 말고 가서 구해!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게 세상에 어디 있어!”

형준은 얼굴을 찌푸리며 불만스럽게 뺨을 부풀렸다.
그러자 정연은 더욱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3초 안에 안 들어가면 진짜 화낼 거야! 그리고 너랑 말도 안 해! 당장 들어가!”


형준은 결국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 귀찮게 하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물속으로 다이빙했다.

형준의 몸이 물을 가르며 들어가자 아이들은 숨을 죽였다.
그는 능숙하게 팔을 젓고, 다리를 차며 곧장 나래에게 다가갔다.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힘껏 끌어당겼다.

규만이 옆에서 중얼거렸다.
“교과서 보면 목을 잡고 끄는 거 같던데... 머리채라니.”

우덕은 낮게 대꾸했다.
“구하러 들어간 것 자체가 기적이지. 죽을 바엔 머리채 한 번 잡히는 게 낫잖아.”

형준이 나래를 끌어올려 물가에 올려놓자, 어른들이 달려왔다.
나래의 엄마가 울먹이며 소리쳤다.


“너 또 그랬지! 이번엔 아주 죽일 생각이었지?! 우리 나래 또 아프기라도 하면… 그땐 정말 각오해!”


형준은 젖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허탈하게 웃었다.
“이런 걸 바로 ‘물에 빠진 거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는 거지. 그냥 죽게 둘 걸... 정연이만 아니었으면 안 들어갔어. 에휴, 됐다. 고기나 먹으러 가야지.”

그가 뒤돌아 걸어가자, 우덕이 정연에게 속삭였다.
“너도 알겠지만, 저거 진짜 화난 거다. 네가 제일 잘하는 걸로 풀어... 빨리.”

정연은 답답하게 한숨을 내쉬고, 형준을 불러 뒤따라갔다.
남은 아이들은 나래 곁에 모여 그녀의 상태를 살피며 상황을 설명했다.
이야기를 다 들은 나래의 엄마는 얼굴이 굳어졌다가 이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서 어쩌지…” 하는 눈빛으로,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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