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131화 불편한 고기 파티

고맙단 말보다 미안하단 말이 먼저지

by 동룡

정연은 다급히 형준에게 달려가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잘했어! 나래 아줌마가 오해하셔서 그런 거야. 진짜 멋졌어!”

형준은 여전히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짧게 말했다.
“고맙다.”

정연은 이걸로 화가 풀릴 리 없다는 걸 직감했다.
경험으로 이미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싶어, “일단 바비큐 파티 가자!”라며 형준을 이끌었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정연은 친구들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빨리 박수 치고 환호하라는 신호였다.
친구들은 눈치껏 소리를 질렀다.
“우와아!! 형준이 최고!”

하지만 형준은 무표정으로 고기만 집어삼켰다.
속으로는 당장 밥상을 뒤엎고 나래 엄마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바로 옆에는 정연과 정연의 어머니가 있었다.
그걸 참고 있는 자신이 더 억울하게 느껴졌다.

나래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고마워.”

형준은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얼음보다 더 차갑게 대꾸했다.
“내가 아니라 정연이한테 고맙다고 해야지. 정연이 아니었으면 내가 미쳤다고 목숨 걸고 거기 들어가냐? 너 하나 구하자고? 내가 머리에 벼락을 맞아도 너 구하려고 목숨 안 걸어. 왜냐면 넌 내 인생에 웁!”


형준이 추가 독설을 내뱉으려는 순간,
정연이 재빨리 쌈을 크게 싸서 그의 입에 우겨 넣었다.

그때 예린이 더 차갑게 말을 던졌다.
“고맙단 말보다 미안하단 말이 먼저 아닌가? 생명의 은인을 살인자 취급한 건 너무 심했어. 그대로 두면 물귀신 될 뻔한 걸 구해줬는데, 화내고 협박까지 했잖아.”

순간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성곤은 조용히 고기를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방학에도 고통은 계속되는구나...’

태연과 지수는 나래 편을 들며 말했다.
“그건 나래 잘못은 아니야. 상황이 그랬던 거지...”

하지만 규만은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꽃을 보면 뿌리가 튼튼해야 예쁜 꽃이 피잖아. 뿌리부터 인성이 썩었는데, 무슨 예쁜 꽃이 피겠냐 웁!”


민지는 바로 쌈을 크게 싸서 규만의 입에 밀어 넣고, 귓속말로 말했다.
“이쁜 말 좀 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결국 나래는 울음을 터뜨리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 뒤를 수빈이 급히 따라나섰다.
고기를 굽던 불판 위에서는, 여전히 지글지글 소리가 계속되고 있었다.

나래와 수빈이 자리를 떠난 뒤, 형준은 그제야 입 안에 가득 찬 쌈을 삼켰다.
입술에 묻은 고기 기름을 훔치며, 억지로라도 웃어 보였다.

“정연아~ 사랑하는 마음만큼 싸준 거야? 사실 난 구운 김치만 있어도 고기 잘 먹거든.”

정연은 대꾸를 해야 할지, 그냥 넘어가야 할지 순간 갈등했다.
형준의 이 무심한 농담이 분위기를 풀어주는 건지, 더 꼬이게 하는 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신혁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
“나는 뭐... 북에서 와서 그렇다 치자. 근데 쟤네 둘은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거냐? 차라리 그냥 사내답게 붙으면 속이 시원할 거 같은데... 물론, 그랬다간 쟤네 둘 중 하나는 진짜 죽겠지만.”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


지수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아니, 왜 이렇게 다들 폭력적이니? 그냥 친하게 지내면 안 돼? 다 같이 친구잖아!”

규만이 천천히 입 안의 쌈을 삼키더니 낮게 말했다.
“오늘 일만 봐도 친하게 지내는 게 가능할 거 같아?”

우덕이 이번엔 처음으로 진지한 목소리를 냈다.
“정연이네 어머니가 이런 자리를 만든 건 다 같이 잘 지내라는 뜻일 거야. 근데 솔직히, 불가능에 가까운 거 아니냐? 낚싯대로 고래 잡는 게 더 빠르겠다.”


그러자 태연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안 되겠다! 우리 속마음 롤링페이퍼 하자! 여기서 다 털어놓고 오해 풀고, 서로 뭐가 문제인지 말하자고!”

정연과 민지는 깜짝 놀라 동시에 일어나 태연을 말렸다.
“안 돼, 안 돼! 그러다 더 큰일 나!”

왜냐하면 모두가 알고 있었다.
형준, 규만, 우덕, 예린이 속마음까지 쓰면
독설과 비난으로 불이 붙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순간, 성곤이 조용히 숟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이쁘게 말 안 할 텐데… 차라리 지금 다 털어놓는 게 낫지 않을까? 이번 기회에 독설이 조금이라도 줄면, 그만큼은 이득일 거야. 해보자.”

성곤의 말에, 아이들의 시선이 다시 서로를 향했다.
불편한 바비큐 파티는 이제 또 다른 국면으로 흘러가려 하고 있었다.







금요일 연재
이전 10화[인성초등학교] 130화 구할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