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전야의 달콤한 소동

내일의 싸움, 오늘의 별빛

by 동룡

해적의 분위기는 해군과는 전혀 달랐다.
두려움은커녕, 새로운 동맹에 대한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규만은 망치와 설계도를 들고 배 개조에 몰두했다.
“자, 여긴 더 단단히 고정해야 해! 이 판자 이렇게 대면 연막 장치도 설치할 수 있어!”

오함마 해적단은 도끼질로 나무를 베어내며 크게 웃었다.
“하하! 이런 일은 우리한테 맡겨라!”
그들의 도끼가 나무를 가를 때마다 통나무가 와르르 쓰러졌고, 다른 해적단들은 땀을 흘리며 나무를 옮기고 다듬었다.

긱스는 그 와중에 6개의 해적단 식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형준은 고개를 갸웃하며 다른 해적단에게 물었다.
“너희 배에는 요리사 없어? 먹는 게 제일 중요한데.”

다른 해적단들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우린 그냥 낚시해서 구워 먹는다.”
“약탈품이면 충분하지.”
“요리사라니, 사치 아니냐?”


형준은 한숨을 쉬며 긱스를 불렀다.
“긱스, 오늘 메뉴는 뭐야?”

땀을 훔치던 긱스가 투덜거리며 외쳤다.
“오늘은 생선회입니다!”

검은 파도 해적단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게 진짜 바다의 맛이지!”

하지만 다른 해적단들은 기겁했다.
“날로 먹는다고?!”
“소금에 절여야 한다!”
“굽지도 않고!! 우리가 짐승도 아니고!”

검은 파도 해적단의 선장은 씩 웃으며 말했다.
“먹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다.”

결국 다른 해적단들도 생선회를 한입 맛봤다.

그리고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이런 맛이 있었어?!”
“술이랑 완벽한 조합인데?!”


그 순간, 단순한 식사는 술판으로 변해버렸다.
해변가에는 술잔과 웃음소리가 넘쳐났다.
별이 뜨자 해적들은 여기저기 기절했고, 모래사장은 고래처럼 코를 고는 소리로 진동했다.

아론은 잠꼬대로 “이젠 나도 선장이다!”를 외쳤고, 우덕과 해머는 서로 누가 더 크게 코를 고는지 경쟁이라도 하듯 코골이 소리를 내뿜었다.

해군이 두려움과 불만으로 가득 찼던 그 시간, 해적들은 술과 웃음 속에서 별빛을 맞이하고 있었다.


“내가 선장이야... 아무도 날 못 때려...”
아론이 해먹 위에서 잠꼬대를 중얼거렸다.

형준은 그대로 그의 머리를 쾅! 하고 쥐어박았다.
“입 닥치고 자, 이놈아.”

그러자 아론은 여전히 눈도 안 뜬 채 말했다.
“누가 건방지게... 선장의 머리를...”

형준은 한숨을 푹 내쉬며 이놈을 그냥 바다에 던져버릴까 고민했다. 그러다 시선을 돌리자, 모래사장에 걸린 해먹에서 별빛을 바라보는 윤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긴 머리가 은빛 달빛에 물들고, 표정은 누구보다도 진지했다.

“저러고 있으니 꼭 뱃사람의 여왕 같네.”
형준은 중얼거리며 술을 몇 개 챙겼다.

그때 갈레온 해적단 선장이 나타나, 형준의 손에서 술병을 홀라당 빼앗더니 과일 바구니를 들려줬다.
“지금 저 아름다운 세뇨리따를 꼬시려는 거잖아? 그럴 땐 술이 아니라 과일을 가져가야지. 별빛 아래에선 달콤한 게 통한다고.”


옆에서 지켜보던 유나가 깔깔 웃었다.
“와... 여자 마음을 정말 잘 아시는군요. 누구랑은 다르네~”

형준은 입술을 삐죽이며 과일 바구니를 받아 들고 윤아에게 다가갔다.
“아직 안 잤네.” 형준이 능청스럽게 말을 걸었다.

윤아는 눈길도 주지 않고 대꾸했다.
“네가 언제 또 사고칠지 모르니까. 내가 안 자야 안심이지.”

형준은 바구니를 내밀며 어깨를 으쓱였다.
“오늘은 술 말고 과일. 누나한텐 이게 더 어울려.”

윤아는 과일을 집어 들며 코웃음을 쳤다.
“웬일이야? 너 같은 애가 이런 걸 챙겨 올 줄이야.”

형준은 하늘을 가리켰다.
“저거 보여? 황소자리. 5월의 별자리라던데. 누나가 태어난 달의 별이지? 그게 이렇게 반짝이는 걸 보니... 우리 쪽에 행운이 있는 거 같아.”


윤아는 눈썹을 추켜올렸다.
“그게 그거랑 무슨 상관인데?”

형준은 주머니칼로 코코넛에 구멍을 뚫어 윤아에게 건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누나가 내 행운의 상징이잖아. 누나가 태어난 달의 별까지 잘 보이니까... 행운이 두 배로 된 거지.”

윤아는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곧 고개를 돌리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럼 행운 믿지 말고, 내 말 좀 잘 들어라. 바보 선장아.”

형준은 속으로는 씩 웃었다. 아무리 퉁명스러워도, 얼굴은 분명 조금은 흔들린 게 보였으니까.

그 순간 해먹에서 아론의 잠꼬대가 또 터져 나왔다.
“음냐... 항해사가 잔다... 회오리 한 번 타러 가시죠! 음냐... 윤아 누나가 알면 화내니까 지금 몰래 해야죠”

순식간에 윤아의 눈매가 번개처럼 바뀌었다.
“뭐?! 지금 뭐라고?!”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코코넛을 그대로 아론에게 던졌다.

“으엑!! 누가 선장의 머리를 또 때렸냐고?!”

형준은 그 장면을 보고 배꼽을 잡고 웃었다.
“푸하하하!! 아니, 이 타이밍에 그 잠꼬대는 진짜 전설이다!!”

윤아의 매서운 눈빛이 형준에게 향했다.
“너도 같이 코코넛 맞아볼래?!”

형준은 급히 손사래를 치며 바구니를 번쩍 들었다.
“아냐 아냐! 나 지금 과일만 보고 있어! 정말 건전해!!”

윤아는 여전히 씩씩대면서도, 시선을 다시 별로 돌렸다. 얼굴 한쪽이 붉게 달아오른 건, 숨기려야 숨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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