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영웅들

희생은 지워지고, 반역은 미화되다

by 동룡

장도의 총성이 멈춘 뒤에도 종로 거리는 여전히 울리고 있었다.
“대한 독립 만세!!!”
군중들의 외침은 마치 파도처럼 이어졌지만, 우덕이 확성기를 움켜쥐고 다시 고함쳤다.

“조선 놈들!! 당장 해산하지 않으면, 싹 다 죽여버리겠다!! 내가 다섯까지 센다!!
하나!!!”

우덕의 외침에 경찰들이 일제히 총을 겨누었고, 형준도 사무라이들에게 명령했다.
“발포하면 뛰어들어라! 모두 베어버려라!!”

광장은 숨 막히는 긴장으로 얼어붙었다. 군중은 장도의 죽음을 가슴에 묻은 채, 피눈물을 흘리며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살기 위해 물러나지만, 언젠가는’ 사람들 마음속엔 더 깊은 불씨가 타올랐다.


같은 시각, 조선 총독부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흘렀다.
현상금 50엔이 걸렸던 서장도가 전투 끝에 자살했다는 보고를 받은 총독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잘했다. 조선 땅에 남은 독립군들은 이젠 끝장이야.”

우덕과 형준은 총독부로 불려 가 공개적인 칭찬을 받았다.
“너희의 노고를 잊지 않겠다. 곧 조선 총독 훈장을 수여하마.”

카즈야 회장도 나와 두 사람의 어깨를 두드렸다.
“정말 고생했다. 덕분에 우리 가문의 이름도 빛나는구나.”

그때 이대용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를 고자로 만든 그 태백이 놈, 반드시 잡아 죽여야 합니다. 제발 꼭!!
그리고 오늘은 술이나 한잔 하시지요.”
그는 100엔짜리 지폐를 내밀었다.


그날 저녁, 규만의 술집은 들썩였다.
다나카를 비롯한 카즈야 가문의 사무라이, 우덕의 경찰 동료들이 모두 모여 잔치를 벌였다.
내일 있을 형준과 우덕의 조선 총독 훈장 수여식을 미리 축하하는 자리였다.

술잔이 오가며 웃음소리가 가득했지만, 그 웃음 뒤에는 피비린내 나는 하루가 있었다.


반면 성곤은 붉은 눈으로 밤거리를 걸었다.
그는 장도의 희생을 세상에 알리려 했지만, 인쇄소는 이미 텅 비어 있었다.
고문당한 인쇄공들은 대부분 죽거나 반신불수가 되어 다시 펜을 잡을 수 없었다.
간신히 살아남은 이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성곤은 주먹을 움켜쥐며 중얼거렸다.


“그분의 희생을, 이대로 묻을 순 없어... 내가 남아서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


성곤은 밤새 원고를 붙잡고 씨름했지만, 동료 인쇄공들이 사라진 자리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새벽까지 신문은 발행되지 못했고, 장도의 장렬한 죽음은 민중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야 했다.


성곤은 분노와 무력감 속에 펜을 움켜쥐며 중얼거렸다.
“기록조차 남기지 못한다니...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다음 날, 조선 총독부 앞 광장은 화려하게 꾸며졌다.
붉은 깃발과 제국의 휘장이 걸린 단상 위에서 훈장 수여식이 거행되었다.

우덕은 훈장을 가슴에 달고 미소를 지으며 소감을 밝혔다.
“저 서우덕! 앞으로 더욱 많은 불량선인들을 잡아 죽여 총독 각하와 천황폐하를 기쁘게 하겠습니다!!”

이어 형준이 단상 위에 섰다.
“저는 아직 이태한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사무라이의 명예를 걸고 반드시 그놈을 찾아내어 죽이겠습니다!”

그들의 목소리에, 카메라 셔터 소리가 연달아 터졌다.


모든 매국 신문 기자들은 손이 쉴 틈 없이 움직였다.
그들의 기사에는 “우덕, 제국의 영웅” “안형준, 천황폐하의 사무라이” 같은 제목이 붙을 것이었다.
반면, 장도는 ‘극악무도한 테러리스트’로 묘사될 운명이었다.


형준과 우덕은 동시에 목소리를 높였다.
“덴노 헤이가 반자이!!!”

순간, 광장은 환호로 뒤덮였다.
모든 기자, 경찰청장, 카즈야 회장, 다나카까지도 큰 목소리로 따라 외쳤다.
“반자이!! 반자이!! 반자이!!!”

플래시가 터지고, 환호가 이어졌지만
성곤은 그 속에서 홀로 굳은 얼굴로 펜을 움켜쥐었다.


‘일본 천황아...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아느냐.
나는 네놈의 모든 악행을 기록할 것이다. 언젠가는, 이 기록이 칼보다 강해져 너희를 무너뜨릴 날이 올 것이다.’

성곤의 눈빛에는 깊은 슬픔과 함께 꺾이지 않는 의지가 번뜩였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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