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135화 생각의 갈림길

사과 대신 계산이, 감정 대신 속마음이 자리했다

by 동룡

이야기는 끝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래는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를 요구했고, 형준은 팔짱을 끼고 단호하게 말했다.
“피차 쌍방과실이지. 그냥 서로 사과 없이 끝내자.”

수빈이 벌떡 일어나 말도 안 된다며 나래 편을 들자, 우덕이 바로 받아쳤다.
“야!! 쌍방과실? 증거도 없으면서 무슨 쌍방이야. 증거 없는 건 그냥 소리 지르는 거라고. 애초에 쌍방과실이란 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야.”

공기는 점점 무거워졌다. 그때 성곤이 콜라를 홀짝이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패 나눠서 싸우는 거, 꼭 국회의원 아저씨 아줌마들 같네...”

태연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서로 헐뜯고 우기고... 정말 똑같아.”


나래 어머니가 결국 울먹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들아, 제발 좀... 남자답게 ‘미안해’ 한마디면 얼마나 좋니! 계속 이렇게 즐거운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 거야? 다들 즐겁게 놀러 온 거잖니!”

하지만 형준은 비웃듯 고개를 저었다.
“아줌마, 그래도 난 증거도 모르고 상황도 모르면서 막말한 어떤 아줌마보단 낫다고 생각해요.”

정연은 얼굴이 붉어져 형준을 향해 소리쳤다.
“너 진짜 말 이쁘게 좀 못 해?! 꼭 그렇게 해야 속이 시원해?!”

옆에서 규만이 낄낄거리며 거들었다.
“야, 형준이 너 정연이 만나더니 논리 정연해졌네~”
예린도 같이 웃으며 따라 했다.

그러자 지수와 민지가 동시에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지금 장난칠 때야?”


정연 어머니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래, 서로 오래 미워했으니 몇 분 만에 해결될 리는 없겠지.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아야 해. 너희 넷,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다툼 때문에 정말 소중한 것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친구도, 신뢰도, 웃음도 다 사라지고 있잖아.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지... 스스로 한번 생각해 봐.”

순간 고요해졌다. 아이들 얼굴에는 여전히 앙금이 남아 있었지만, 모두가 어쩔 수 없이 그 말을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누구도 먼저 입을 떼지 못하고, 각자의 생각 속으로 가라앉았다.

형준은 턱을 괴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이미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젠장... 저것들 때문에 정연이 앞에서 별별 꼴을 다 보여주네. 나는 늘 정연이 웃게 해 주고 멋진 모습만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은 정연이한테 ‘속 좁은 애’로 보일 거 아냐. 싸움이 이기든 지든 상관없어. 중요한 건 정연이 기분이야. 내가 정연이 눈에 어떻게 비치냐고...
형준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래 수빈이랑 싸우는 건 의미 없어. 지금은 정연이 웃음을 되찾게 하는 게 제일 우선이다.


우덕도 팔짱을 낀 채 씩 웃었지만 머릿속은 꽤 복잡했다.
캠프파이어한다고 해서 폭죽까지 준비했는데, 이렇게 싸우다 끝나면? 돈도 돈이지만, VIP 애들 신뢰도 다 날아가. 그럼 2학기 장사는 폭망이지. 내 미래 매출이 수직으로 곤두박질이야.
우덕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어차피 2학기 되면 형준, 규만, 대용, 예린이랑 같이 다시 판 짜면 돼. 나래 수빈? 투명인간 만들 방법은 많아. 굳이 지금 여기서 감정 낭비할 필요 없어. 지금은 물러나는 게 장사에도, 내 속에도 이득이야.

반대로 나래와 수빈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나래는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속으로 다짐했다.
지금 여기서 뭘 말해도 바뀌는 게 없어. 오히려 더 상처만 깊어져.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건 단 하나... 확실한 증거를 찾는 거야. 그때가 오면, 아무도 날 무시 못 하게.
수빈은 옆에서 나래의 손을 꼭 잡으며 생각했다.
그래, 오늘은 더 싸우는 건 의미 없어. 하지만 언젠간 밝혀질 거야. 난 끝까지 네 편이야. 그리고 그날까지 널 버리지 않아.


잠시 동안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결론에 닿았다. 누군가는 사랑을 지키려, 누군가는 장사를 위해, 누군가는 복수를 준비하며, 또 누군가는 의리를 다지며.

정연의 어머니가 두 손을 모으며 환하게 웃었다.
“다들 진지하게 생각 오래 했지? 이제 그 생각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해.”

아이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싸움은 일단 멈췄지만, 누구도 마음을 완전히 풀지 않았다. 그들의 속내는 달라도, 한 가지는 같았다.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것.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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