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136화 손을 놓고 다시 움직이다

행동은 말보다 빠르고, 말보다 무겁다

by 동룡

형준은 잠시 눈을 감았다 뜨더니 정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내가 미쳤었나 봐. 진짜 미안해. 정말 미안해...”

수빈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사과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잖아!!”
하지만 형준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정연에게만 머물러 있었다.

정연은 팔짱을 끼고 형준을 노려보며 물었다.
“뭐가 미안한데? 뭘 잘못했는데?”

형준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말도, 행동도... 너무 이쁘게 안 했어. 괜히 막 독하게 굴고... 진짜 잘못했어.”


계속 사과만 늘어놓는 형준에게 정연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러면 그 행동, 지금 당장 고쳐봐. 말로만 미안하다고 하지 말고.”

형준은 잠시 고민하더니, 갑자기 정연의 볼에 쪽! 하고 뽀뽀를 해버렸다.


순간 주변은 폭발했다.
“푸하하하하!!!”
아이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형준이답다!”라고 놀렸다.

규만도 분위기에 휩쓸려 민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사실 잘못한 게 많지. 그러니까...”
규만이 고개를 들이밀며 뽀뽀 시늉을 하자, 민지는 눈치를 채고 손바닥을 번쩍 들어 올렸다.
“동작 그만!! 지금 당장 멈추지 않으면 넌 오늘 여기서 끝장이야.”
규만은 멋쩍게 웃으며 뒤로 물러섰다.

나래와 정연의 어머니는 동시에 이마를 짚으며 중얼거렸다.
“얘네 진짜 미치겠다.”

결국 정연의 어머니가 손뼉을 치며 분위기를 정리했다.
“자, 이제 다들 숲 속 산책 좀 하고 오자. 정신도 식히고, 몸도 풀고 와서 맛있는 과일이랑 주스 먹자. 그다음에 다 같이 캠프파이어 하자!”


숲 속 트레킹이 시작되자 형준은 정연의 옆에 꼭 붙어 따라가며 끊임없이 말했다.
“내가 미쳤었나 봐... 진짜 미안해. 정연아, 진짜 미안해...”

하지만 정연은 고개를 돌리며 냉정하게 대답했다.
“넌 아직도 네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잖아. 진심으로 뉘우치는 모습도 부족해. 그냥 말만 미안하다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

분위기가 싸늘해지자 지수가 중얼거렸다.
“형준이가 모든 사람을 정연이한테 하듯 대하면 얼마나 좋을까”
규만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건 절대 불가능.”
하지만 곧 민지의 눈빛을 보고 입을 닫아버렸다.


길을 걷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제각각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우덕은 머리를 굴리며 혼잣말을 했다.
“이런 숲 속 데이트 코스, 내가 기획하면 대박인데? 티켓 팔고, 간식도 팔고, VIP 코스 만들면...”
예린은 황당하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넌 진짜 이렇게까지 와서도 돈 생각만 하는 거 보니까 큰 부자 되긴 하겠다.”

그때였다.
“꺄아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이 숲을 찢었다. 아이들은 동시에 그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곳엔 태연이 땅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고, 바로 앞엔 독사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성곤은 나뭇가지를 들고 태연 앞을 막아섰지만 손이 덜덜 떨려 도무지 뱀을 몰아낼 수 없었다.


모두가 겁에 질려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 형준이 정연의 손을 놓았다.
“에휴, 진짜...”
형준은 큰 돌을 주워 들더니 힘껏 뱀에게 내던졌다. 돌은 뱀 옆에 떨어져 땅을 울렸고, 놀란 독사는 풀숲으로 도망쳤다.

태연은 다리에 물린 자국을 붙잡고 흐느꼈다.
“나... 나 어떡해...”
모두가 우왕좌왕할 때, 형준은 곧장 태연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겁먹지 마.”
그는 망설임 없이 티셔츠를 벗어 상처 위쪽을 단단히 묶어 응급처치를 했다.

예린이 다급하게 물었다.
“독은 짜내야 하는 거 아냐? 아니면 입으로 빨아야 돼?”
형준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 의미 없어. 괜히 더 위험해져. 당장 어른들한테 알려서 119 불러!”


아이들은 형준의 지시에 따라 허겁지겁 뛰어갔다.
뒤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나래는 입술을 꽉 깨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과연... 나나 수빈이가 물렸어도 저렇게 했을까? 아니면 그냥... 놔뒀을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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